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수입차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 시장을 잡기 위해 오는 30일 개막하는 ‘재팬모빌리티쇼 2025’에 처음으로 함께 출전한다. 현대차그룹은 도요타 등 일본 기업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전기차를 앞세워 ‘틈새시장’을 뚫는다는 전략이다. 변수는 중국이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는 신규 공략 국가 중 하나로 일본을 꼽고 완전히 새로운 경형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 넥쏘·인스터, 기아는 PV5 선봬
재팬모빌리티쇼는 일본 도쿄 빅사이트(도쿄 국제전시장)에서 29일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30일 공식 개막한다. 행사는 11월 9일까지다.현대차는 이번 재팬모빌리티쇼에서 올해 새롭게 나온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를 일본 최초로 공개한다. 대표 전기차인 아이오닉 5와 인스터(국내명 캐스퍼) 확정형 모델인 인스터 크로스, 콘셉트카 인스터로이드 등도 전시한다.
기아는 최초 목적기반차량(PBV) PV5를 선보이며 일본 상용 전기차 시장을 두드린다. 기아는 PV5의 일본 공식 출시를 앞두고 그 데뷔 무대를 재팬모빌리티쇼로 정했다. 기아는 내년 PV5를, 2027년 PV7을 일본에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가 이번 모빌리티쇼에서 선보이는 제품은 모두 전기차다.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 쟁쟁한 로컬 브랜드와 내연기관차 경쟁에서 승부를 내기 어려운 만큼 전기차 기술력을 내세워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2009년 판매 부진으로 일본 시장에서 철수한 뒤 2022년 무공해차량(ZEV) 중심 라인업으로 재도전장을 던졌다. 딜러 없는 온라인 판매를 비롯해 그동안 어디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인 것. 올해 4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경형 전기차 인스터가 인기를 얻으며 현대차는 일본 시장에서 재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1~8월 일본에서 총 648대를 판매해 작년 한 해 동안 판매한 618대를 이미 넘어섰다. 9월까지 판매량은 759대로 전년 동기(49대) 대비 52.6% 급증했다. 일본 시장은 경형차 수요가 높아 인스터 크로스가 판매 동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BYD, 日 전략형 경차 첫 공개

현대차가 일본 전기차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점유율은 1%대에 불과하다. 닛산 등 자국 브랜드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다 BYD와 테슬라가 이미 일본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BYD는 이번 재팬모빌리티쇼에서 일본 소비자를 겨냥한 경형 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다. 출시는 내년으로 알려졌다. 또한 시라이언 6 DM-i, 아토 3와 함께 고급 브랜드인 양왕의 슈퍼카 U9 등도 전시한다. 이호 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본에서 경차는 보유 가구의 69%가 2대 이상의 차량을 운용하는 등 세컨드카 성격이 짙다”며 “BYD가 가격 경쟁력을 갖춘 모델을 출시한다면 전기차 및 중국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을 일부 극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도 자국 시장을 잡기 위해 미래 전략을 담은 새로운 모델과 제품을 선보인다. 도요타는 기존 럭셔리 브랜드인 ‘렉서스’보다 한 단계 높은 ‘센추리’ 브랜드 오렌지색 쿠페를 공개할 예정이다.

혼다는 2026년부터 전 세계에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인 새로운 전기차 시리즈 ‘혼다 0 시리즈’를 비롯해 소형 비즈니스 항공기인 ‘혼다제트 엘리트 Ⅱ’를 전시한다. 혼다는 모터사이클, 자동차, 전동기, 항공기 등 육해공을 아우르는 폭넓은 모빌리티 라인업과 혼다의 기술, 프로토타입 모델을 전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 기업으로는 롯데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모빌리티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일본에서도 처음으로 모빌리티쇼에 참여한다. 롯데 화학군(롯데케미칼·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롯데인프라셀)을 비롯해 롯데이노베이트,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이 참여해 친환경 에너지·자율주행 등 그룹 모빌리티 사업을 종합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