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있는 네이버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각세종’(사진). 지난 27일 찾은 각세종 북관은 섭씨 26도를 유지한 채 수만 대의 서버 장비가 윙윙거리며 돌아가고 있었다. 관제센터에는 초대형 스크린에 전력사용량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각세종은 총 29만4000㎡(약 8만9000평) 부지에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다. 현재 10만 대 서버가 가동 중이다. 엔비디아 A100 그래픽처리장치(GPU) 2240개가 장착돼 있으며 최대 33페타플롭스(PF)에 달하는 연산 능력을 갖춘 슈퍼컴퓨터를 운영한다. 슈퍼컴 성능은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2위급이다.네이버의 AI 플랫폼은 이 인프라 위에서 모델 개발부터 학습·추론 등 전 과정을 하나로 잇는다. GPU 자원 배분과 모델 관리, 스케줄링이 자동으로 제어된다. 노상민 네이버클라우드 데이터센터 통합센터장은 “올 연말부터 각세종 2·3차 확장 시공에 들어가 2027년, 2029년 각각 서버 증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는 전력 밀도가 높아지면서 상면 공간이 빠르게 부족해지고 있다. 노 센터장은 “(네이버 데이터센터가 있는) 춘천과 세종은 인구 소멸 지역”이라며 “수도권 전력 규제 탓에 인프라와 인력 확보 모두 쉽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시행된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은 10메가와트(㎿) 이상 전기를 사용하는 시설은 의무적으로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받도록 해 수도권 신규 센터 건립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9년 41.5기가와트(GW)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대형 원전 ‘APR-1400’ 30기 분량이다.
반면 미국 주요 기업들은 ‘하이퍼스케일러’ 건립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축구장 수십 개 규모 부지에 수천 대 이상의 서버를 두고 초거대 AI 학습·추론을 동시에 수행하는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뜻한다. 아마존은 인디애나에 2.2GW급 AI 단지를 짓고 있다. 미국 인디애나주 의회는 최근 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대해 50년간 각종 세금을 감면하기로 결정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1000억달러 규모 초대형 AI센터를 짓고 있다. 메타와 구글도 각각 수십억달러 규모의 설비를 확충하고 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7월 각세종을 찾았을 때 각종 인허가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는 “AI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시대가 온다”며 “자력으로 AI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무엇보다 규제가 해소돼야 한다”고 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