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만 치료제 오남용 방지책으로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핵심 문제로 꼽히는 의사 처방 남용에 대한 규제는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제도 도입이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해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기준을 벗어난 의사 처방을 ‘불법’으로 규정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사 처방을 제한하려면 새로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지만 아직 논의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식약처 역시 의사의 과다 처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외에 별도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비만 치료제 오남용의 근본 원인은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이 환자 상태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재량으로 처방하는 데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만 12세 미만 어린이에게 69건, 임신부에게 194건의 위고비 처방이 이뤄졌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정은경 복지부 장관에게 “위고비 처방 기준이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인데 복지부가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이에 대해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해서 관리하는 제도가 식약처에 있다”며 “감시 체계, 관리 방안을 같이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비만 치료제가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제품 겉면이나 포장에 ‘오·남용 우려 의약품’ 문구가 표기되고 정부 모니터링이 강화된다.
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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