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라는 용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부각됐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금융소비자는 소비자기본법의 대상인 일반 소비자 가운데 일부였고, 개별 금융업권법에서 금융소비자를 보호해 왔다.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금융소비자의 권익이 별도 법체계로 보호 대상이 됐다.그럼에도 금융 민원은 계속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 민원 건수는 2022년 8만7000건에서 지난해 11만6000건을 기록했다.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복잡해져 내재한 위험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 금융의 발달과 함께 플랫폼화가 동시에 이뤄지며 금융소비자 보호가 더 중요해졌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대부분 대면 채널에서 금융회사 임직원의 판매 행위를 다룬다. 최근 비대면 채널을 통한 금융상품 가입이 활발해졌는데, 대면 채널 대비 비대면 채널의 금융소비자 보호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비대면 금융 거래에서 손님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금융소비자 보호 의무가 더욱 필요한 대목이다.
이제는 금융회사도 손님 관점에서 비대면 금융거래 절차가 잘 구성돼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금융소비자는 상품 개발 단계부터 상품 선정, 판매,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에 걸쳐 보호받아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흔히 금융소비자 보호와 영업 중심 문화는 양립할 수 없다고 얘기하지만, 금융회사 조직 내 이들 부서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존재해야 한다. 이때 주로 발생하는 문제가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발생하는 불완전 판매다. 불완전 판매는 규제로 다뤄야겠지만, 자율적으로 불완전 판매를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조직문화에 스며드는 게 중요하다. 강제화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금융회사 스스로 손님 중심 경영을 실천하도록 유도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래전부터 하나금융그룹은 고객보다 손님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사전적으로 고객은 단골로 오는 손님이라는 뜻이고, 손님은 다른 곳에서 찾아온 사람이라는 말인 ‘손’의 높임말이다. 그만큼 금융소비자를 각별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다. 하나금융그룹은 금융권 최초로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했으며 소비자 리스크 관리 특허를 취득했다. 투자성 상품에 내재한 위험을 사전에 점검하고 판매 이후에도 확인해 금융소비자 보호와 연결한 손님 중심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감독당국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피해 구제 중심에서 사전 예방으로 감독 패러다임을 바꾸고, 금융소비자 보호 거버넌스를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특히 디지털 소외계층과 노년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는 금융회사의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손님 중심 경영문화에서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