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은 취업준비에만 집중하려고 친구들과 있는 단톡방도 잠시 나왔어요. IT(정보기술) 대기업들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데 네카오(네이버·카카오)는 당연히 가고 싶은 기업이죠." 서울 소재 한 대학 도서관 앞에서 만난 20대 남성 A씨는 "취업 관련 카페나 스터디에서 정보를 알아보면서 직무 관련 경험이나 대외 활동 등 다방면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여전히 '꿈의 직장'인 IT 대기업…'직무 경험' 최우선
취업준비생들에게 IT 대기업은 여전히 '꿈의 직장'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른바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 등 주요 기업들 채용 일정이 나오면서 취준생뿐 아니라 채용 플랫폼들이 주목하고 있다.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 등 주요 IT 대기업은 매년 대학생·취준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인크루트가 지난 7월 발표한 '2025 대학생이 일하고 싶은 기업'에서도 SK하이닉스(1위), CJ ENM(2위), 삼성전자(3위)에 이어 네이버는 4위, 카카오는 6위를 각각 차지했다.
내년 상반기 네카라쿠배당토를 비롯한 주요 IT 대기업 입사를 노리고 있다면 '경력 유무'보다 '직무 경험' 여부에 신경쓸 필요가 있다. 데이원컴퍼니의 취업 교육 브랜드 제로베이스는 이달 공개한 '2026 IT 대기업 합격 전략서'를 통해 과거 경력, 이전 직장보다 직무에 관한 실무 경험 등이 채용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IT 대기업의 내년 상반기 채용시에는 종전에 비해 '어떤 도구를 쓸 줄 아는가'보다는 '왜 그 도구를 썼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 '해결 과정에서 어떤 협업이 있었는지'를 중요 기준으로 놓고 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얘기다.
이는 신입이든 경력이든 무관하게 적용되는 기준이다. 예컨대 개발 직무라면 단순히 코드만 잘 짜는 것보다 서비스를 구현해본 경험을 강조하는 게 핵심. 실전 프로젝트 경험이 포트폴리오로 연결되는 구조다. '유저가 실제로 사용하는 서비스의 한 부분을 책임졌던 경험'이나 '장애를 해결하거나 성능을 개선해본 경험'이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신입 지원자 '프로젝트 주도' 중요…포트폴리오 갖춰야
신입 지원자의 경우엔 특히 프로젝트를 주도해본 경험이 있어야 경쟁력을 갖는다. 대기업 입사를 목표로 하는 취준생이라면 프로젝트 기반의 포트폴리오 등을 앞세워 개인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실제로 대기업 IT 직군 합격자들 스펙을 분석한 결과 직무와 직접 관련된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실무형 인재가 90%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은 자격증이나 전공보다 직무와 연결된 경험을 더 중요하게 평가받았다. 70%는 직무 관련 교육을 이수한 반면 자격증 보유자는 65%, 전공 연관성은 60%로 비교적 적었다.
신입 지원자는 실무 역량 자체보다 자신이 보유한 성장 잠재력을 해당 기업에서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 강조해야 한다. 관련 전공이 아니더라도 포트폴리오, 협업 프로젝트, 실무 교육 등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전공이 다르거나 경력에 공백이 있다면 실무 관련 자격증이나 교육 이수가 필요하다. 영어 성적은 데이터 분석·PM 직무, 글로벌 협업이 요구되는 외국계·유니콘 기업에서 긍정적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제로베이스가 이달 내놓은 또 다른 리포트 '2026 상반기 대기업 신입 합격 전략서'를 보면 내년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로는 기업 10곳 중 8곳이 '직무 관련 업무 경험'을 선택했다.
진학사 캐치에 따르면 취준생 1001명 중 84%도 직무 경험을 가장 중요한 취업 스펙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직무 경험을 어떻게 쌓고 있는지 묻자 57%(복수응답)가 '자격증 취득'이라고 답했다. 대기업들이 인턴십과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합격자 96% '인턴' 등 직무 경험 보유…네카오는?
IT 대기업 톱(Top)5 핵심 스펙으로는 '유관 직무 경험'이 꼽혔다. 합격자 중 96.3%가 최소 1개 이상의 인턴, 정규직, 프리랜서 등 실제 관련 직무 경험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프로젝트 경험 77.8% △관련 교육 이수 51.9% △관련 자격증 보유 48.1% △전공 관련성 44.4% 순이었다.제로베이스에 따르면 네이버 합격자들은 단순히 기술 역량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 실행력이 결합된 경험을 앞세웠다. 한 합격자는 서비스를 직접 기획·개발한 뒤 창업한 경험을 통해 안드로이드·iOS·서버 개발 등을 익혔고 기술 이해도뿐 아니라 시장 이해, 사용자 피드백, 사업 운영을 아우르는 역량을 쌓았다고 강조했다.
기술과 창의성이 조화를 이룬 역량을 강조하려면 일상에서 느낀 불편함을 직접 서비스로 구현하는 연습이 효과적이다. 자주 가는 장소의 혼잡도를 알려주는 앱을 직접 개발해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 같은 역량을 강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네이버의 서비스와 기술 트렌드를 분석한 내용을 활용해 지원자가 기여할 수 있는 대목을 구체적으로 설정한 뒤 경쟁력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카카오는 '문제 해결 능력', '데이터 기반 사고력'을 중시한다. 카카오·계열사 신입 채용 합격자들을 분석한 결과에선 '데이터 분석 역량'과 '실무 경험'이 주요 합격 요인으로 나타났다. 합격자 중 78%는 SQL을 능숙하게 사용했는데 이는 데이터 추출·가공 능력이 기본 역량으로 간주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합격자 중 65%는 실제 서비스 개선을 위한 분석 프로젝트 경험을, 42%는 분석 결과를 시각화해 발표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다.
합격자 평균 스펙을 보면 인턴·프로젝트 경험은 2~3회 이상, 사용 가능한 툴은 SQL·파이썬으로 파악됐다. 상위 합격자들만 구분할 경우 학력은 '전공 불문, 실무 경험 강조'로 분석됐다. 인턴·프로젝트 경험은 '데이터 분석 중심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파악됐다. 사용 가능한 툴은 태블로·R, 포트폴리오는 분석 결과를 시각화한 내용이 포함됐다. 협업은 기획자·디자이너와 함께했던 경험을 높이 샀다.
제로베이스는 "내년 상반기 기준 IT 대기업의 채용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핵심은 단순한 '경력 유무'가 아니라 '직무 경험의 깊이와 실제 수행 경험이다. 신입이든, 중고신입이든 중요한 건 '문제를 해결해봤느냐'는 것"이라며 "기업들은 전공보다 실무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을 중시하고 AI 도구 활용 능력과 포트폴리오 완성도, 커뮤니케이션 역량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직무에서 요구하는 기술과 역량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온라인 강의나 실습을 병행해야 한다"며 "단순히 이론을 공부하는 것보다 실제 프로젝트나 과제를 수행하면서 포트폴리오로 정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