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핵개발 움직임을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포착하는건 미국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을 선제적으로 파악한 것도 미국이었다. ‘전쟁의 눈’인 고해상도 위성 사진 기술 덕분이었다. 국내 방산기업 한화시스템이 미국 및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한 고해상도 위성 기술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글로벌 주요기업을 뒤쫓아가는 후발주자였던 한화시스템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난 이익을 재투자해 오히려 기술 우위에 서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벌어들이는 돈 위성기술에 재투자
2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상용화된 고해상도 SAR(합성개구레이다) 위성의 최고 해상도 수준은 25㎝다. 지상으로 레이다를 쏜 후 반사되는 데이터를 합성해 사진을 만들어 내는데 책 크기 정도의 사물까지 식별할 수 있다. 군사적으로 보면 군인·무기·장비 등의 이동 및 배치를 파악할 수 있다. 현재 미국 엄브라·카펠라스페이스가 25㎝급 고해상도 위성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유럽의 에어버스·아이스아이 역시 상용화의 문턱을 넘었다. 정보를 비공개하고 있는 중국 역시 25㎝급 개발에 성공했을 것으로 추정된다.한국은 25cm급 기술 상용화의 문턱을 넘기 직전이다. 2023년 글로벌 주요기업 대비 한발 늦게 1m급 위성 상용화에 성공한 한화시스템은 재빠른 투자로 내년도에는 25㎝급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전망이다.
후발주자인 한화시스템은 15㎝급으로 ‘월반’을 노리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휴대폰 크기까지 식별할 수 있는 15㎝급 위성을 2027년말까지 개발한다는 내부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휴대용 대공포, 소형 트레일러, 소형 보트, 차량 장비 등 세부적인 무기·장비를 판별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재 엄브라가 16㎝급 시연영상을 공개하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만약 한화시스템이 내후년까지 15㎝급 위성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위성시장에서 톱 수준으로 올라 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5㎝급 개발에 성공하려면 위성을 지금보다 저궤도로 띄워야하고 레이더의 주파수도 높여야 한다. 쉽지않은 기술이지만 높은 성공가능성을 점치고있는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수주와 실적 덕분이다. 지난해 2조8037억원이었던 한화시스템 매출은 올해 3조5000억원을 넘어설 예정이고, 내년에는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시스템은 벌어들이는 돈을 기술개발에 재투자할 계획인데, 위성 기술은 최우선순위다.
한화시스템의 기술확보는 단순 한 기업의 성공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과 유럽은 0.25cm보다 해상도가 높은 위성사진 데이터를 ‘안보통제 품목’으로 보고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향후 미국과 유럽 기업이 15㎝급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한국이 데이터를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한국이 기술을 보유할 수 있다면 자체적으로 활용가능한 국가 전략 자산이 된다.
◆물류예측·산불예방도 가능
한화시스템을 비롯해 글로벌 방산기업들이 고해상도 위성 기술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건 군사영역을 넘어 민간에서도 쓰임새가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5㎝급으로 미세한 식별까지 가능한 위성 개발에 성공한다면 항만 물류추적, 산불·홍수 예측, 도시 인프라 안전 점검, 농작물 모니터링 등 분야에서 널리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하면 활용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성이 항만 부두의 세밀한 컨테이너 사진들을 확보하면 AI가 적재량 변화 등을 분석해 물류 정체를 예측하는 식이다. 작물의 생육상태를 파악해 농산물 수확량을 예측하거나, 작은 불씨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산불을 예방할 수도 있다.
한화시스템 역시 민간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위성 제조 회사를 넘어 AI를 활용한 데이터를 판매하는 사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고해상도 위성을 우주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핵심 기술로 보고 있다”며 “관련 데이터를 국내를 넘어 해외로 까지 수출 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