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지구적 기후 위기 난제에 대응해 195개국이 뜻을 모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발효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흘렀습니다. 파리협정의 핵심 내용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보다 훨씬 낮게 유지하고, 1.5℃ 제한을 추구하자는 것이었죠. 파리협정의 종료 시점은 따로 없습니다. 다만 당사국들은 스스로 정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5년마다 제출해 이행 사항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도록 명시했습니다.
파리협정이 10주년을 맞은 올해 11월 브라질 벨렝(Belem)에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개최됩니다. 브라질 정부는 이번 회의를 ‘협상에서 실행으로 전환하는 COP’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입니다.
이번 회의의 가장 큰 과제는 회의 이전에 제출해야 했던 ‘제3차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3.0)’입니다. 각국은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실행 계획을 제시해야 하지만, 현재 중국을 포함한 절반 이상 국가가 새로운 NDC를 제출한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인도는 기한을 넘겼습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탄소감축 관련 정책을 폐기하면서 이행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의 기후소송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회는 내년 2월까지 2031~2049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입법화해야 합니다. 특히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유엔총회의 요청으로 ‘기후변화와 관련한 국가 의무’에 대한 권고적 의견을 발표했는데, “NDC와 관련한 국가의 결정 재량은 국제법에 따라 제한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만약 그 범위를 벗어나 목표를 설정할 경우 이는 국제위법행위로 간주돼 기후 위기로 피해를 입은 국가에 대한 원상회복,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ICJ의 권고적 의견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의 2035년 NDC는 최소 2018년 순 배출량 대비 61% 이상 감축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됩니다. 글로벌 기준에 맞춰 NDC를 강화하자니 기업의 부담이 만만치 않고, 기업의 입장을 들어주자니 2035 NDC 목표 달성은 ‘물 건너간’ 계획이 되는 것이죠. 정부와 기업 간 NDC를 둘러싼 고민은 파리에서 브라질로 이어지는 10년의 시간보다 더 간극이 커 보입니다.
〈한경ESG〉는 11월 커버 스토리 ‘불붙은 NDC 속도 논쟁’에서 정부의 NDC 강화 정책 배경, 정부와 기업의 NDC 입장 간극, 글로벌 NDC의 미래 전망 등을 제시합니다. 이를 통해 미래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지 않고, 기업의 고민을 수렴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도출되길 기대해봅니다.
글 한용섭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