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이 개발하고 있는 국산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신약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최종 임상시험 중간 데이터가 공개됐다. 연내 국내 허가 신청해 내년께 '국산 비만약'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업체 측은 내다봤다.
한미약품은 27일 비만신약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의 3상 중간 톱라인 결과, 투여 40주차에 평균 9.75% 체중감량률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위약군은 0.95% 감량률을 보였다.
이번 임상시험은 국내 여러 대학병원에서 당뇨병이 없는 성인 비만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투여한 환자의 체중 변화율 등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투약 40주차 분석 결과 5% 넘게 체중이 줄어든 환자는 79.42%(위약 14.49%)였다. 10% 이상 체중이 줄어든 환자는 49.46%(위약 6.52%), 15% 이상은 19.86%(위약 2.90%)로 나타났다. 일부 환자는 투약 40주차에 최대 30%에 이르는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초고도비만이 아닌 체질량지수(BMI) 30 이하 여성군에서는 다른 임상시험 대상자보다 더 우수한 효과가 확인됐다. BMI 30kg/㎡ 미만 군의 체중은 12.20% 줄어 소그룹 분석군 중 가장 높은 체중 감소율을 보였다. 고도 비만이 많지 않은 '한국인에 맞는 비만약'으로 국내 활용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당초 해당 임상시험은 64주차까지 투약해 관찰하도록 설계했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연내 허가신청 계획을 염두에 두고 40주차 중간 톱라인 데이터를 공개했다. 업체 관계자는 "통상 비만약 개발사들이 60주차 이상 투약 결과를 발표하는 것과 달리 40주차 중간 톱라인 결과를 공개한 것은 그만큼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우수한 경쟁력과 안전성, 시장성을 자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연내 허가신청 목표를 차질없이 추진하고 내년 하반기경 출시될 수 있도록 전사적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기존 약물보다 안전성이 높다는 것도 확인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투여한 환자군에선 이상사례가 기존에 출시된 제품보다 두자릿수 이상 비율로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심혈관·신장 보호 효과가 크다는 것도 이미 입증했다.
김나영 한미약품 신제품개발본부장(전무)은 "한미그룹 창업주 임성기 선대회장이 심혈을 기울였던 에페글레나타이드가 한국인 대상 임상에서 효과적이고 안전한 임상 결과 도출을 통해 ‘국민 비만약’으로서 상용화에 성큼 다가서게 됐다"며 "한미의 레거시이자, 혁신의 시작이 될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향후 비만에서 당뇨에 이르는 대사질환 분야에서 다양한 확장성을 보여주는 신약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의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와 함께 당뇨 적응증 확장, 디지털 치료제 결합한 '한국 최초의 디지털 융합의약품' 개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 후 순차적으로 선보이게 될 다른 H.O.P 프로젝트의 가시적 성과도 기대되는 만큼 첫 단추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성공적 런칭에 한미의 역량을 더욱 집중시키겠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