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 얼마나 바뀌었나” 봐야
전문가들은 회사 연혁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으로 대주주 변동 내역을 꼽는다. 시가총액이나 매출이 적은 종목일수록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재무 여건이 부실한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번 최대주주를 잘못 만난 기업은 이후에도 M&A를 거듭하며 주가가 떨어지고, 심하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다.담당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드래곤플라이의 연혁을 살펴보자. 이 회사는 2020년 11월과 2022년 4월, 2023년 3월 등 세 차례 최대주주가 변경됐다고 밝히고 있다. 2022년과 2023년 사이에는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두 차례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정상적인 경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잦은 최대주주 교체는 기업이 부실화할 주요 악재 중 하나다. 올 들어 관리종목으로 신규 지정된 54개 상장사 중 최근 3년간 최대주주 변경 공시가 있었던 곳은 28곳으로 비율이 51.9%에 이른다.
감독당국도 정기적으로 관련 자료를 취합해 경고하고 있다. 2019년 금융감독원이 2013~2015년 최대주주가 변경된 상장사 394곳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202곳에서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상장폐지 35곳, 관리종목 지정 68곳, 당기순손실 기록 152곳 등이었다.
◇연혁 짧으면 조심
모든 최대주주 변동 내역을 연혁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 따라 자의적으로 최대주주 변동 내역 범위를 조정하기 때문이다. 반기 감사보고서 의견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이엔플러스는 회사 연혁에 일곱 차례의 최대주주 변경 건을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2020년 이전에 아홉 차례의 최대주주 변경이 더 있었다. 연혁을 간략히 살펴본 뒤 공시 포털에서 ‘최대주주 변경’ 여부를 상세검색으로 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회사 연혁은 주요 임원의 경력과 함께 회사의 기술력을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주요 매출처 납품 자격 획득, 각종 특허 획득, 정부 표창 등이 기재돼 있기 때문이다. 한 전업 투자자는 “연혁이 길면 길수록 회사에 자랑할 것이 많고, 숨길 게 없다는 의미”라며 “반대로 연혁이 지나치게 짧다면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관리종목에 지정된 인스코비의 회사 연혁에는 회사 소재지와 경영진 변동 내역 외의 내용이 사실상 공백으로 남아 있다.
연혁에 표기되는 상장 시점을 주의 깊게 보는 전문가도 있다. 한 행동주의 펀드 투자자는 “상장 시점이 최근일수록 법적, 회계적 문제가 적을 가능성이 크다”며 “상장 과정에서 증권사 및 회계법인 등에서 치밀한 검증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경목/최석철 기자 autonom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