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이 대북 지원 사업에 투입했다가 돌려받지 못한 금액이 지난 12년간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에 따른 채무를 돌려막느라 자체 자금으로 낸 이자는 1조원에 육박했다. 회수 가능성이 없는 대북 지원 사업에 골몰하면서 국책은행의 국내 기업 지원 여력만 악화시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수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은은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대북 지원 사업에 1조3000억원을 빌려줬지만 이를 돌려받지 못했다. 올해 8월까지 받아냈어야 할 이자까지 포함하면 2조3000억원 수준이다.
국책은행인 수은은 대외 정책금융기관으로, 기업의 수출금융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남북협력본부를 두고 대북 지원, 남북 협력 기금을 운용하는 업무도 맡아 왔다. 앞서 수은은 기획재정부(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돈을 빌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북한 경수로 사업 등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 줬다. 그러나 2006년 5월 경수로 사업이 중단되고, KEDO가 대북 지원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원금과 이자를 기재부에 갚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이에 따라 매년 대출 잔액을 2조3000억원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이자만 내는 ‘리볼빙’ 방식으로 기재부에 자금을 상환했다. 누적된 이자비용은 9800억원에 달했다.
수은이 대북 사업을 이유로 국내 공공기관에 빌려준 자금도 대부분 돌려받지 못했다. 기관별로는 한국관광공사(금강산 관광 사업·약 900억원), 한국광해광업공단(흑연광산 개발 사업·약 60억원), 한국전력(개성공단 전력 공급·약 383억원) 등 1343억원을 대출해 줬으나 이 중 미상환 원금이 945억원이었다. 한전은 383억원 중 353억원을 갚았지만, 관광공사로부터는 900억원 중 약 45억원의 원금만 회수했다. 광해광업공단에서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개성공단 사업에 지원한 대출도 대부분 ‘깡통’이 됐다. 수은은 개성공업지구 지원재단에 2023년까지 총 934억원을 빌려줬다. 이자를 포함하면 1052억원을 돌려받아야 하지만, 872억원(93%)이 미상환 상태다.
구멍 난 대북 사업 지원 사업 탓에 은행 재정에 악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 의원은 “수은 본연의 역할은 국내 기업 지원인데, 북한이 갚지 않으면서 가뜩이나 기업이 어려운 환경에서 지원 여력만 줄어들었다”며 “무작정 이자를 돌려막을 것이 아니라 외국에 숨겨진 북한 자산을 찾아내는 등 회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