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동차 위탁생산업체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회사에서 징계해고 처분이 결정되자 스스로 사표를 냈다. A씨가 사표를 낸 이유는 연장근로를 하지도 않았으면서 퇴근기록을 조작해 수당을 받아내다 덜미가 잡혀서다.1년 3개월간 야근한 척…120회 걸쳐 회사 속여
A씨는 2021년 2월 입사해 약 2년 6개월간 일하다 2023년 8월 퇴사했다. 그는 재직 기간 중 절반인 2022년 5월부터 2023년 7월까지 1년 3개월 동안 연장근로수당을 부당한 방법으로 수령했다. A씨의 수법은 단순했다. 회사 시스템상에 연장근로를 등록한 다음 개인적 용무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 이후 사무실로 복귀해 사원증을 태깅하는 방법으로 연장근로수당을 받아냈다.
수법은 더 대담해졌다. A씨는 다른 직원과 함께 연장근로를 하다 한 명이 먼저 퇴근하면 남은 사람이 사원증 2개를 모두 챙기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회사를 나가는 사람이 사원증 2개를 함께 태깅해 2명이 동시에 퇴근한 것처럼 속였다.
A씨의 상사들은 2023년 초 연장근로 도중 자리를 비우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상사들의 경고를 받고도 계속해서 연장근로수당을 부당한 방법으로 받아챙겼다.
그는 이 같은 수법으로 총 120회에 걸쳐 약 920만원의 연장근로수당을 뜯어냈다. 회사는 내부고발을 통해 A씨의 부정행위를 알게 됐고 곧바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급여 적다"며 부당수령…해고 전 사직하더니 '소송'
A씨는 자신의 행위가 발각되자 '물귀신 작전'에 나섰다. 연장근로수당을 부당하게 수령한 다른 직원들에 상대로 전수조사를 요구한 것. 이에 따라 회사는 A씨가 지목한 직원을 조사했지만 비위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A씨가 연장근로수당을 더 받아챙긴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급여가 적다'는 이유로 장기간에 걸쳐 연장근로수당을 뜯어낸 것이다.
회사는 결국 2023년 8월 A씨에 대한 징계해고를 의결했다. 부당수령 기간, 횟수, 금액, 행태들을 고려할 경우 취업규칙상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회사 재산을 손실케 한 자'에 해당하는 만큼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회사는 그러면서도 징계해고 통보 전 A씨가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권고했다. A씨는 징계해고를 당할 경우 업계 내 평판에 악영향을 미쳐 재취업이 불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현재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직서를 낸 A씨는 이후 역공에 나섰다. 회사의 강요로 사직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해고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징계해고 처분이 타당성을 잃어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고된 기간 중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요구했다.
반면 회사는 A씨가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냈다고 항변했다. 해고 처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회사가 해고를 한 것으로 보더라도 징계해고는 정당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상생형 일자리서 '부당수령' 엄격하게 대응해야"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단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주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임솔)는 A씨가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을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앞서 의원면직이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경우 사직서 제출 경위, 사직서 미제출에 따른 불이익, 사직서 제출로 인한 경제적 이익, 사직서 제출 전후 근로자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법원은 이 기준을 고려해 A씨가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A씨가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회사의 명시적·묵시적 권유에 의해 비롯된 면은 있다"면서도 "당시의 상황(재취업 우려)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해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A씨가 사실상 해고됐다고 하더라도 징계해고 자체는 정당하다는 판결이 이어졌다. 법원은 GGM이 정부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 모델인 점도 판단 근거 중 하나로 언급했다.
GGM은 근로자가 임금을 일정 수준 양보하는 대신 기업이 안정적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운영된다. 대신 정부·지자체는 복리·후생 비용을 지원해 근로자의 임금을 보전하는 구조다.
재판부는 "상생형 지역일자리에서 근로자가 각종 수당을 부당수령하는 행위는 기업 재정에 손해를 입히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다른 근로자들의 근무의욕을 저하시키고 내부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업의 대외적 신뢰를 손상시켜 이에 따라 상생형 지역일자리 선정이 취소되면 다른 근로자들 고용관계마저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GGM과 같은 상생형 지역일자리에선 이 사건 부당수령 행위와 같은 비위 행위를 징계사유로 한 징계처분에서 다른 징계사유보다 엄격하게 대응하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했다. 이를 종합할 경우 회사가 A씨에게 해고 기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사기 혐의로도 기소…1심서 벌금 500만원 선고받아
A씨는 같은 이유로 형사재판에도 나서고 있다. 그는 사전자기록위작·위작사전자기록행사,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해고 무효 여부를 다툰 1심 민사 판결에 대해선 아직 항소장이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된다. 한 노무법인 공인노무사는 "상사들이 경고를 했는데도 비위 행위를 계속했기 때문에 고의성과 함께 회사와의 신뢰관계도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이 인정되면서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노무사는 "근로자를 징계해고할 경우엔 비위 행위의 동기와 경위,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이어갈 수 없을 정도라는 점을 입증해 혹시 모를 법적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