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는 이번주(27~31일) 국내 증시가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미 무역협상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경계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완화 기대와 증시 내 풍부한 대기성 자금이 하방을 지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증시가 조정받을 때마다 매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이번주 코스피지수 예상 범위를 3650~3950선으로 제시했다. 직전주 마지막 거래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3941.59 대비 최대 상승 여력은 0.21%에 그친다. 코스피지수가 이달에만 단숨에 500포인트 넘게 올라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자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단기 급등한 가운데 한·미 관세 불확실성 등을 차익 실현 명분으로 삼는 흐름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박석현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연구원은 "코스피 시가총액 30.6%를 차지하는 반도체 업종의 강세는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는 이익 전망에 기반하는 만큼 주가 상승에 거품이 끼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면서도 "단기간에 급격히 주가가 상승한 데 따른 과속 후유증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무역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지수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對美) 투자 분할안을 수용할지가 관건이다. 최근 한국이 매년 250억달러씩 8년간 총 2000억달러의 현금 투자를, 나머지 1500억달러는 신용보증과 대출 등을 통해 투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아울러 이번 APEC 기간 개최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갈등 완화 조짐이 나타날지도 주목된다.
박석현 연구원은 "낙관적 기대가 선반영된 한·미 무역협상과 미·중 정상회담이 재료 노출로 인식될 경우 차익 실현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정희찬 삼성선물 연구원은 "회담에서 미국·중국 간 갈등 완화에 진전이 나타날 경우 연말까지 랠리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반대의 경우 무역 전쟁 우려로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미 중앙은행(Fed)이 오는 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동성 완화와 외국인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미 Fed가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98.9%로 반영되고 있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으나 무역수지 개선을 비롯해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요인을 감안하면 되돌림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8억700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9.7% 증가했다.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 물량이 풀려도 증시 내 풍부한 대기 자금이 시장에 새로 유입되면서 지수 상승을 뒷받침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80조1684억원으로 연초(57조583억원) 대비 40.5% 급증했다. 이에 단기 조정을 겪을 때마다 매수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나 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시는 강세장에 대한 기대가 높고 유동성이 풍부한 환경"이라며 "연간 주가 수익률이 저조한 종목·업종이라도 실적 개선 기대가 조금이라도 발견될 경우 순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돼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금융시장도 상법 개정안을 통해 선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증시 디스카운트(저평가) 해소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연간 수익률이 부진하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과도하게 저평가된 업종과 종목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