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경비까지 감안해도 한국에서 치료받는 게 미국 병원비보다 저렴합니다."
K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세인 가운데 단순 관광을 넘어 뷰티-의료 서비스를 겸한 'K-의료관광' 수요도 늘고 있다. 이 같은 의료관광 유형은 일반 여행 대비 체류기간이 길고 소비 여력이 크다는 점에서 성장성이 크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방한객은 1238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기 직전인 2019년을 넘어섰다(107.9%). 방한객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는 K콘텐츠 인기가 꼽힌다. 지난 6월 공개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전 세계적 인기로 콘텐츠 속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한복 체험과 고궁 관람에 그치지 않고 김밥, 컵라면 등 F&B(식음료)를 즐기거나 올리브영, 다이소 등에서 한국인 일상을 따라해보는 여행 트렌드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체험형 여행 수요는 K-뷰티와 K-의료관광으로 확장하는 추세다.

일례로 세계적 셀럽이자 사업가인 킴 카다시안이 한국의 피부과를 찾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퍼스널 컬러 분석과 뷰티숍 방문을 비롯해 피부과와 성형외과까지 경험하면서 K-의료를 체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에서 의료 행위를 받은 외국인 환자는 2020년 11만7069명에서 지난해 117만467명으로 10배가량 늘었다. 국내에서 미용·성형 시술을 받은 외국인 관광객에는 부가가치세를 환급하는데 올해 상반기에만 환급액이 826억원에 달한다. 불과 6개월 만에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총환급액(995억원)에 근접했다.
지난해 방한 외국인이 다녀간 진료과목별은 피부과 55.8%, 성형외과 24.4%, 치과 3.9% 비중을 차지한다. 피부과 성형 중심이던 K-의료관광이 최근엔 치과로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올해 치과 카테고리의 3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8%가량 증가했다. 양질의 치과 서비스를 경험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치과 관광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치과 관광은 치과 진료와 관광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의료관광으로, 피부과·성형외과 중심이던 K-의료관광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24년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한 치과병원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6% 증가했으며, 치과 진료 과목 전체 외국인 환자는 약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층도 다변화하고 있다. 기존 주요 고객이던 아시아권 국가와 미국에 더해, 튀르키예, 호주 및 유럽 지역에서의 유입이 확대됐다. 유럽 지역 관광객의 거래액은 약 565% 증가했고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의 거래액은 약 3478% 폭증하며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높은 의료비 부담 속에 북미 지역 중심으로 해외 의료관광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은 합리적 비용과 높은 의료수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시행이 더해지면서 K-의료관광 성장세는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미용·의료 시술을 경험하기 위해 의료관광에 나서는 여행객이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면서 "일반 관광객 대비 체류기간과 지출금액이 큰 만큼 여행산업에서 의료관광 주목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