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테슬라의 자체 인공지능(AI) 칩 AI5 생산에도 참여하면서 양측간 밀월 관계가 강화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AI4, AI6에 이어 AI5까지 테슬라의 자율주행 칩 전 세대 생산에 참여하게 되면서다. 단순한 물량 확대를 넘어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가 기술력과 신뢰도 측면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2일(현지시간) 테슬라의 3분기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차세대 반도체 칩 생산에 대해 “삼성전자와 TSMC 모두 AI5 작업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AI5는 당초 대만의 TSMC로 전환된 뒤 AI6부터 다시 삼성전자가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머스크 CEO가 삼성전자도 추가로 합류시킨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경기도 평택 공장에서 AI4를 양산 중이다. AI6는 내년 하반기 가동 예정인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팹에서 최선단인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최첨단 공정으로 전량 생산할 예정이다. 여기에 내년 주력이 될 AI5 물량까지 확보하면서 테슬라와의 동맹은 어느 때보다 공고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AI5 생산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정보가 알려지진 않았지만 TSMC가 미국에서 N3AE 공정으로 생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도 유사한 공정을 적용해 첨단 시설을 갖춘 테일러 공장에서 양산할 것으로 추정된다.
테슬라가 AI5 생산에 삼성전자를 포함시킨 건 공급망 안정화와 원가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머스크 CEO 입장에서는 세계 1, 2위 파운드리를 경쟁시켜 생산 단가를 낮추고, 특정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같은 ‘큰 손’기업을 안정적인 고객으로 확보함으로써 엔비디아, 퀄컴, AMD 등 다른 반도체 기업들의 물량을 추가로 유치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테슬라와 22조 7648억 원 규모의 AI6 칩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머스크 CEO는 자신의 SNS인 엑스를 통해 “삼성전자의 텍사스 신규 공장이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할 예정”이라면서 “이 공장의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TSMC의 독주를 견제할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면서 수율 문제 등 흔들렸던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삼성 파운드리 실적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사업은 지난 2분기 말부터 가동률을 회복하면서 이번 3분기 적자는 2조원대에서 1조원대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4㎚ 이상 성숙공정 고객 수주 확대와 자체 모바일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600의 양산을 시작한 덕분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