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용학과다 보니 주변 친구들도 다이어트 때문에 많이 와요. 제로다 보니 많이 먹어도 부담이 없어요."
23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제로 편의점 '제로스토어'에서 만난 이화여대 무용과 장예린(22)씨는 "제로 편의점을 자주 이용한다. 아무래도 칼로리가 적다 보니 부담이 적다. 3~4일에 한 번 꼴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같은 과에 다니는 친구 박담원(21)씨도 "친구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옆에 나는 쿠키를 많이 먹는다. 전부터 제로스토어를 알고 있었는데 학교 앞에 생겨서 좋다. 일반 제품들과도 크게 맛 차이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다이어트와 무설탕, 제로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당·저칼로리 전문 무인편의점이 소소한 유행을 타고 있다.

23일 기자가 직접 홍대와 이대 인근 제로 편의점(제로초이스, 제로스토어 등)에 들어서 둘러보니 가게 입구부터 "ZERO 간식 모아놨습니다. 걱정 없이 군것질 하세요", "매일 먹어도 부담 없는 선택"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소스류와 쉐이크 등 가루 음료부터 간편식, 냉동식품, 아이스크림, 즉석밥, 음료, 과자, 스낵, 젤리, 캔디, 단백질 시리얼, 닭가슴살 핫도그 등 수백 종의 제로·저당 제품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방문한다는 인서연(21)씨는 "간식뿐 아니라 식사거리가 될 수 있는 간편식도 여기에 있어 관심을 가지고 오고 있다. 제로 편의점이 동네에 생긴 후 꾸준히 방문 중"이라고 말했다. 매장 한편에는 "쿠팡, 컬리랑 마음껏 비교해보라"는 문구도 붙어 있었다.
대학생 최주아(20)씨는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일주일에 4번 이상 이곳을 방문한다. 특히 간식을 먹어도 칼로리 신경 안 쓰고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솔직히 살이 실제로 빠지는지에 대한 의문이 약간 들긴 하지만, 심리적으로 위안이 되고 안 올 이유가 없다. 주변 친구들 중에 다이어트에 관심 많은 친구들도 이런 제품들을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SNS에선 '다이어트 성지'로 입소문

매대 한켠에는 손님들이 직접 '먹고 싶은 제로 간식'을 적는 칠판이 있었다. '저당 케찹 필요해요', '방탄커피 저칼로리 먹고 싶어요', '오래 있어주세요 너무 좋아요' 같은 손글씨가 빼곡했다. 운영자는 그 옆에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조만간 입고 예정이에요" 같은 답글을 달아 고객과 소통하고 있었다.
무인매장으로 대부분 24시간 운영하는 덕에 직장이나 수업 때문에 시간이 애매한 이들, 갑자기 야식 대신 건강한 간식이 필요할 때도 쉽게 찾을 수 있다.
SNS 후기에서 이곳은 다이어트 성지로 불리기도 한다. '제로', '저칼로리', '다이어트'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방문 인증샷도 쏟아지고 있다.
작성자들은 "넓지 않은데 있을 건 다 있다', '묶음 판매만 하던 제품을 낱개로 살 수 있어 좋다', '24시간이라 언제든 갈 수 있고 낱개로 맛보기 좋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가격도 저렴하다", "간식뿐 아니라 식사 대용도 가능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제로 열풍' 가속…제로 편의점도 급성장 중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안전정보원이 집계한 지난해 국내 식품산업 생산 실적에 따르면,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제품의 개발·생산이 크게 늘었다.
슈거 제로 제품(가공식품 중 설탕 대체감미료가 들어가고 제품명에 '제로'가 포함된 품목)의 생산 실적 보고 품목 수는 590개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생산액은 5726억 원으로 20.1% 늘었으며, 음료 외 빵류·소스류 등 슈거 제로 제품의 생산액도 5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9.7%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제로 편의점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제로 초이스'는 30호점을 돌파했고, '제로스토어'는 130호점 이상 계약을 완료했다. 이곳은 온라인 구매의 불편함을 '낱개 판매'로 해소한 것이 특징이다. 입구에는 "쿠팡, 컬리랑 마음껏 비교해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제로초이스는 평균 8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했고, 전 매장 재방문률이 47%에 달한다. 브랜드의 출발점은 '시장성'이 아니라 창업자의 개인적인 건강 문제였다.
제로초이스 관계자는 "대표가 당뇨 진단을 받은 뒤 이런 매장을 만들고 싶어 했다"고 설명했다. 제로초이스는 당알코올 함량이 높은 제품을 지양하며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 현재 전국에 30개 무인 매장을 운영 중이며, 주요 고객층은 20~30대 여성이다. 내년에는 150~200호점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제로스토어 역시 가맹 광고 없이도 제로 열풍을 타고 130호점을 돌파했다.
제로스토어 관계자는 "처음 오픈할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지만, 예상치 못한 큰 관심을 받았다"며 "소비자뿐 아니라 창업 시장에서도 '제로·저당'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걸 체감한다. 간단히 말하면 '간식의 죄책감을 없애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제로스토어 실제 매장 데이터에서도 여대 앞이나 오피스 밀집 지역에서 매출이 높게 나타났다. 최근에는 남성 고객과 중장년층까지 관심이 확대되며 '제로 간식'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내년까지 전국 400호점으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의 핵심 고객층은 20~30대 여성이다.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체중 관리도 챙기고 싶은' 직장인과 대학생 고객들의 재방문율이 높다.
◇전문가 "제로라도 안심은 금물 적당량 섭취해야"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로 식품에 사용되는 아스파탐, 알룰로스 등 대체당의 건강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제로 슈거' 음료에 설탕 대신 들어가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은 인슐린 수치를 높이고 동맥경화 등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 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 따르면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이하이 차오 교수팀은 아스파탐이 든 먹이를 먹인 생쥐가 섭취하지 않은 생쥐보다 동맥 내 지방 플라크가 더 크고 많았다고 밝혔다.
또 프랑스 국립보건연구소(INSERM) 연구팀은 평균 42세 성인남녀 10만 명을 1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설탕대체제 섭취량이 많을수록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았다고 밝혔다.
특히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수크랄로스 3종에서 유의미한 위험이 확인됐다. 아스파탐은 뇌혈관 질환, 아세설팜칼륨과 수크랄로스는 관상동맥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실린 논문에서 에리스리톨이 심장 부작용과 혈액 응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광원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칼로리가 없다고 홍보하는 ‘제로 칼로리’ 제품은 완전한 ‘0칼로리’가 아니”라며 “일정 기준 이하의 칼로리는 표시상 ‘제로’로 쓸 수 있게 허용된 것이지, 실제로는 소량의 칼로리가 들어 있다. 결국 많이 먹으면 일반 식품과 마찬가지로 체중이 늘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공 감미료가 한때는 무해하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연구에선 장내 세균 분포를 변화시켜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무제한 섭취는 피하고, ‘제로’라는 문구를 그대로 믿기보다 섭취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