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작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6·27, 9·7 대책에도 서울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으면서 10·15 대책도 발표된 만큼 섣불리 금리를 낮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과 주택가격에 기름을 부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1430원대를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이 더 치솟을 위험도 고려했다는 관측이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통화정책 방향을 '완화'로 전환했고 같은 해 11월엔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융위기 이후 처음 연속 인하를 단행하기도 했다.
올 상반기에도 네 차례 회의 중 2·5월 두 차례 인하로 완화 기조를 유지했다. 건설·소비 등 내수 부진과 미국 관세 영향 등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통화정책의 초점을 경기 부양에 맞췄다.
이후 하반기인 7·8월에 이어 이번에도 3차례 연속 금리를 유지한 이유는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이 매우 불안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지역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원으로 일괄 축소하는 등의 6·27 대책이 나왔지만 10월 둘째 주(한국부동산원 통계·10월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2주 전(연휴 전)보다 0.54% 올라 상승 폭이 더 커졌다.
정부는 이에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15억원이 넘는 집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2억∼4억원으로 더 줄이는 10·15 대책을 내놨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불과 1주 만에 한은이 금리를 낮춰 주택담보대출을 부추기게 되면 '정책 엇박자'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은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 관세 협상 불확실성 등에 따른 최근 불안정한 환율 흐름도 금리 동결의 주요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낮)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1431.0원을 기록했다. 4월29일(1437.3원) 이후 5개월 반 만에 처음 주간 종가 기준으로 1430원대에 다시 올라선 것이다. 이후에도 1420∼143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더해 기준금리도 낮아질 경우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1430원대 이상의 환율 수준이 굳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 등 수출 호조, 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 내년 성장률 회복 전망으로 경기 부양 목적의 금리 인하 압박이 줄어든 점도 이번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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