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법인이 고객과 체결한 형사 사건 성공보수 계약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노무사의 직무 범위에 형사 자문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산업·중대재해 대응은 형사 대응과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만큼 전문직 간 업역 다툼도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재 내사 종결에 성공보수 약정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민사7단독 천무환 판사는 A노무법인이 지방 중소기업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소송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최근 쌍방 미항소로 확정됐다. A법인은 B사를 상대로 7000만원 규모의 소송을 냈고, 이 중 4000만원이 인정됐다.B사는 2023년 8월 자사 근로자의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A법인과 자문 계약을 맺었다. 형사 절차는 별도의 변호사가 수행하고 노무사가 협력하는 구조로 정했고, 총액 7000만원 규모의 성공보수 특약을 맺었다. 항목은 △법리 분석 및 의견서 작성 1000만원 △작업중지 명령 해제 1500만원 △산업재해 승인 1500만원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불입건(내사 종결) 각각 1500만원이었다.
A법인과 B사 간 갈등은 정산 과정에서 불거졌다. B사는 실제로 작업중지 명령 해제와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고, 고용 당국은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다. 이에 따라 A법인은 성공보수 지급을 요구했지만, B사는 형사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인 만큼 전체 계약도 무효라며 지급을 거부하자 A법인은 2024년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산안법·중대재해법 관련 내사종결 항목에 대해서는 B사의 지급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천 판사는 "A법인이 노동 관계 법령을 넘어 수사 절차에 적용되는 형사소송법 관련 업무를 처리했다면, 이는 공인노무사법이 정한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노무사의 직무 범위를 넘은 업무는 계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노무사가 산재 관련 수사·처벌 대응을 위한 법률 상담을 제공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2022년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따른 것이다. 아울러 변호사가 체결한 형사 성공보수 계약을 무효로 본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도 함께 고려됐다.
다만 천 판사는 "내사종결 성공보수 약정과는 별개로, 나머지 항목에 대한 성공보수 약정은 유효하게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며 B사는 나머지 40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확대되는 노동 전문가 시장
이재명 정부가 근로자 사망 사고에 엄벌 기조를 내세우는 만큼 산재와 중대재해 서비스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두 영역은 근로자 피해를 다룬다는 점에서 '인사노무' 영역이지만, 감독 당국의 판단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단 점에서 '형사' 영역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동 관련 전문직의 숫자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노무사는 형사 절차를 대리할 수는 없지만, 노동위원회 대응이나 산재 자문 등 일부 영역에서는 변호사와 업무 범위가 겹친다. 한 공인노무사가 '노동법률사무소'라는 명칭을 사용했다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가 2023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공인노무사 숫자도 노동 관련 업무 수요 증가에 따라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공인노무사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회원 수는 5578명으로, 1년 전 5128명에서 약 8.8% 증가했다. 노무법인을 포함한 사무소 수도 전국에 2206곳에 달했다.
변호사 시장도 '포화' 이야기가 나온지 오래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 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부터 매년 약 1700명의 변호사가 신규 배출되고 있고, 등록 변호사는 4만 명을 넘어섰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노무법인의 컨설팅 영역은 로펌 소속 변호사도 다루는 분야"라며 "변호사 입장에서는 노무법인과 협력할 때 역할과 책임(R&R)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시온 / 곽용희 기자 ushire908@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