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체불액이 해마다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피해 근로자를 위한 무료 법률구조 사업 실적은 오히려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 인프라 약화와 간이대지급금 제도 활성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소송과 대지급금의 유불리가 뚜렷한 만큼, 인프라 확충과 제도 홍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임금체불 법률구조 사업 실적 반토막
22일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금체불 무료 법률구조 사업 실적은 2020년 9만174건에서 2024년 5만4913건으로 약 40% 감소했다. 2025년 8월까지도 4만2040건에 그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이 사업은 고용노동부가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임금체불 근로자에게 민사소송 과정을 무료로 지원하는 제도다.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에게 법률 상담은 물론 직접 소송도 지원한다.

특히 소송을 통해 체불 임금을 회수하는 '본안소송' 실적 하락세가 뚜렷하다. 2020년 5만9181건에 달했던 실적은 2024년 2만6362건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같은 기간 '보전소송' 실적도 3615건에서 2440건으로, '소송 전 구조' 실적도 154건에서 30건으로 감소했다.
반면 임금체불 규모는 건설업 경기 부진과 맞물려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2020년 1조5830억 원이던 체불액은 2023년 1조7845억 원, 2024년에는 2조448억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조 원을 돌파했다. 2025년에도 7월까지 1조3420억 원이 체불돼 연간 기준으로 또다시 최대치 경신이 유력하다.
법률구조공단 인력난... "소송 사각지대 없애야"
무료 소송 지원이라는 유인에도 사업 실적이 줄어든 주된 이유로는 법률구조공단의 인력난이 꼽힌다. 공단은 과중한 업무와 낮은 처우로 인해 인력 확보에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공단의 연말 기준 재직 변호사 수는 2020년 175명(공익법무관 포함)에서 2024년 149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단기 복무 형식으로 근무하는 공익법무관을 제외하면, 정규 변호사 정원은 같은 기간 114명에서 144명으로 확대됐지만 실제 근무 인원은 115명(파견 1명 포함)에서 118명으로 사실상 정체됐다.
고용부는 간이대지급금 제도 간소화가 소송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간이대지급금은 국가가 체불 사업주를 대신해 근로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로, 고용부는 민사 확정판결 없이도 '사업주 확인서'만으로 지급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통상 6개월~1년이 걸리는 소송보다 간편한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간이대지급금은 최장 3개월치 임금까지만 지급되며, 지급 이후에도 추가 소송을 통해 나머지 체불액을 청구할 수 있다. 은지원 노무법인 선인 노무사는 "민사소송은 절차가 길고 부담이 커 근로자들에겐 최후의 수단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반면 소송은 사업주에 대한 직접 압박과 청구 금액이 크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임금체불 무료 법률구조 사업은 영세 노동자들이 민사소송을 통해 체불 임금을 되찾을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라며 "법률구조공단의 적극 지원이 어렵다면 고용부가 자체적으로 민사소송 지원을 강화하는 등 임금체불 소송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