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는 보기 드문 '정책 국감'의 현장을 만들어냈다.
정쟁과 공방이 오가는 여타 질의와 달리,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전북 익산을)과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질의응답은 헌법 가치와 사회적 안전망을 주제로 한 정책 토론으로 채워졌다.
한 의원은 먼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사태' 당시 행정안전부가 시도청사 출입 통제 및 폐쇄를 지시했던 상황을 언급했다.
한 의원은 "헌법 제77조는 전시나 사변 같은 극단적 위기에서만 계엄을 허용하는데, 당시에는 그런 요건이 없었다"며 "경기도가 이를 불법으로 판단하고 청사 폐쇄 지시를 거부한 것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정당했다"고 평가했다.
김 지사는 "계엄 선포 후 1시간도 안 돼 도청 봉쇄 지시가 내려왔지만 즉시 거부했다"며 "헌법과 절차를 어긴 불법 쿠데타라고 판단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시·도별 대응이 달랐던 것은 결국 단체장의 의지 차이"라며 "일선 공무원들은 중앙부처의 지시를 따르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 의원은 "지방공무원법 제49조가 명시하듯, 정당한 절차와 적법한 명령에만 복종 의무가 생긴다는 인식이 지방정부 전반에 공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그는 화제를 바꿔 "73년 만의 폭염이 닥친 올여름, 저소득층 온열질환 발생률이 고소득층의 3배에 달했다"며 경기도의 '기후보험' 정책을 언급했다.
한 의원은 "모두가 더위를 겪지만, 위험은 불평등하게 온다.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기후보험을 도입한 취지가 여기에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지사는 "기후보험은 기후위기 시대의 선제적 대응책이자 기후 격차 해소 정책"이라며 "경기도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해 도민 1410만 명이 자동 가입돼 있다. 폭염이나 한파로 인한 온열·한랭 환자에게 보험금이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이아 "생각보다 예산 부담이 크지 않다"며 "중앙정부와 국회가 제도화를 뒷받침하면 전국 확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기후보험이 건강 피해뿐 아니라 재산·소득 손실까지 보장하는 통합 안전망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복지국가로 가는 새로운 어젠다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행안위 국감은 '계엄 사태 대응'과 '기후보험 제도화'라는 상반된 두 이슈를 통해, 지방자치와 사회적 복지의 방향을 함께 짚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단순한 비판이나 공방 대신, 헌법 가치와 국민 삶의 현안을 주제로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진 모범 사례로 기록됐다.
경기=정진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