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는 캐나다의 케빈 첸, 3위는 중국의 지통 왕이 차지했다. 이들 3명은 국적은 다르지만 모두 중국계 피아니스트로, 최근 중국계 연주자들이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보여주고 있는 영향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1997년생인 에릭 루는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했으며, 2018년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보스턴, 런던, 시카고, 도쿄, 핀란드 라디오, 상하이 심포니 등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워너 클래식 레이블을 통해 슈베르트, 쇼팽, 슈만, 브람스의 작품이 담긴 두 장의 음반을 발매했다. 그는 이미 리즈 콩쿠르 우승자로 명성을 쌓았지만 쇼팽 콩쿠르 우승이라는 결정적인 타이틀을 위해 재도전에 나섰다. 본선 3라운드에선 손가락 부상과 감기로 인해 경연 순서를 조정하는 등 이슈가 있었고, 쇼팽 콩쿠르가 재도전자에게 비교적 냉정한 평가를 해온 기조를 뛰어넘어 우승을 차지했다.
심사위원장인 게릭 올슨은 “이번 심사는 ‘예술성’을 주제로 매우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고, 그 결과 최종적으로 훌륭한 결과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결선 무대 이후 약 4시간 반 동안 이어진 긴 심사 과정은 결과 발표가 예정보다 지연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1위 없는 수상 등 이례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결국 우승은 에릭 루에게 돌아갔다.

에릭 루는 수상 직후 “지금은 말을 아끼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몇 마디는 하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그는 “정말 꿈이 이루어진 순간”이라며, “이 영예를 얻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하고, 온라인으로 지켜봐 주신 전 세계 쇼팽 애호가들과 바르샤바 현장 관객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공동 4위는 중국의 최연소 참가자로 화제를 모은 텐야오 류와 일본의 시오리 쿠와하라가 차지했다. 5위는 폴란드의 피오트르 알렉세비츠와 말레이시아의 빈센트 옹이 공동 수상했으며, 6위는 미국의 윌리엄 양에게 돌아갔다. 특별상으로는 텐야오 류가 콘체르토상, 지통 왕이 소나타상을 수상했으며, 중국의 티엔요우 리가 폴로네이즈상을 받았다. 마주르카상은 폴란드의 예후다 프로코포비치, 발라드상은 아담 칼둔스키가 각각 수상했다.
5년에 한 번 열리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건반 위의 올림픽’으로 불리며, 전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손꼽힌다. 마우리치오 폴리니(1960년), 마르타 아르헤리치(1965년), 크리스티안 지메르만(1975년) 등 수많은 거장들이 이 무대를 통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도약했다. 가깝게는 한국의 조성진(2015년)이 쇼팽 콩쿠르로 단숨에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이번 제19회 쇼팽 콩쿠르에는 전 세계 54개국에서 642명이 참가 신청을 했으며, 치열한 예선을 거쳐 20개국 84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이들은 1~3차 본선을 거쳐 최종 11명이 결선 무대에 올랐다. 한국에서는 이혁, 이효 형제가 본선 3라운드까지 진출했으나 아쉽게도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1~3위 수상자들은 21일부터 3일간 이어지는 갈라 콘서트를 통해 이번 대회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