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현대 산업과 교육,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그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특히 보고서나 기획서를 작성해야 할 때, 그 활용도가 급증하고 있으며, 실제로 문서 작성 시 소요되는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챗봇, 자연어 생성(NLG), 자동 요약 및 문서 작성 도구의 등장은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럽게 보고서 작성법의 효율을 높인다.그런데 여기에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여러모로 좋다는 AI의 도움을 받아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다시 쓰세요”일 때,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래서 AI가 주는 다양한 이점 이면에는 다양한 문제점과 윤리적,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AI가 쓴 보고서가 퇴짜를 맞는 이유는 무엇일까.
- 신뢰성과 정확성 문제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텍스트를 생성하지만, 이 정보들이 항상 정확하거나 최신 정보라고 보장할 수 없다. 특히 학습 데이터에 기반한 생성 모델은 과거의 정보나 오류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AI가 생성한 문장은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실질적인 팩트가 아닐 수 있다. 실제로 어떤 회사의 보고서에 시장 점유율 데이터를 AI로 요약했는데, 최신 통계가 반영되지 않아 오히려 부정확한 전략적 의사결정을 초래한 사례가 있다. 당신의 AI가 보고서를 완벽하게 쓰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다.
- 출처 불명 및 참고 문헌 부재
AI가 생성한 보고서는 명확한 참고 문헌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학문적 정당성이나 비즈니스 리서치 문서의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대학, 연구기관, 또는 정책 개발 분야에서 출처 없는 정보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으로 간주되어 신뢰성을 잃는다. 조직에서 기록으로 남겨지는 보고서의 핵심은 ‘신뢰’인데, 공신력을 잃는 순간 가치 없는 문서가 되어버린다. 상사에게 전하는 편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인간의 영역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잘’ 쓴 문서는 모두 인간이 시작하고, 인간이 마무리한 문서다.
- 보고서 작성자의 학습 기회 박탈
AI가 대부분의 내용을 생성하게 되면, 보고서 작성자는 그 내용을 깊이 있게 분석하거나 재구성할 기회를 상실한다. 이는 직원의 문제 해결 능력, 분석적 사고, 창의적 접근을 약화시켜 장기적으로 조직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해 보고서 작성자는 문서를 통해 조직의 다음 스텝을 기획해야 한다. 면밀하고 세심하게 생각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아내야 한다는 말이다. 당신의 회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건 AI가 아니라 당신이다.
- 콘텐츠의 획일화
AI는 유사한 데이터와 구조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생성된 보고서들이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문체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조직 내 다양한 시각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배제하고, 보고서 자체의 가치를 낮추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의 인사팀 부장이 이런 고민을 토로했다.
“10명 중에 8명의 기획서가 비슷한 양식과 흐름입니다”
AI가 쓴 보고서는 더 이상 참신하지 않다. 그래서 각 기업의 인사팀 담당자는 보고서 작성법 교육을 수립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 개인정보 및 기밀 유출 우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부분이다. 클라우드 기반 AI 툴을 사용할 경우, 입력한 데이터가 외부 서버에 저장되거나 학습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민감한 기업 정보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활용되거나 유출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놀랍게도 이런 사례가 실제한다. 실제로 한 직장인이 소비자분석 결과 보고서를 AI에게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될 뻔한 적이 있었다. 난리가 났다. 수습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AI에게 정보를 업로드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생각해야 할 때다.
-문맥 오류 및 논리 비약
보고서를 보는 결재권자가 답답하게 여기는 지점이다. 문장과 문장 사이가 매끄럽지 않고, 앞과 뒤의 논리가 맞이 않는다는 것이다. AI는 문맥을 전반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확률적으로 가장 적합한 단어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긴 보고서나 복잡한 논리 구조를 필요로 하는 보고서에서는 앞뒤가 맞지 않거나, 논리적으로 부적절한 문장이 삽입될 가능성이 높다. 인간이, 인간의 언어로, 다시 작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AI는 보고서 작성법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으며, 이는 기업의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다양한 문제점과 윤리적, 기술적 한계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HRD 관점에서 볼 때, AI를 도입한 조직은 구성원들의 AI 리터러시, 비판적 사고력, 윤리적 민감성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 결국 AI는 도구일 뿐이며, 최종 판단과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 AI가 아닌 사람의 통찰력과 창의력이 보고서를 진정한 가치 있는 자료로 완성하는 핵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 그레이프이엔엘 이예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