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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사랑의 상징…티파니 다이아몬드의 영화 속 서사 [민은미의 파인 주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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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사랑의 상징…티파니 다이아몬드의 영화 속 서사 [민은미의 파인 주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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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잠에서 덜 깨어난 새벽녘의 뉴욕. 5번가 모퉁이에 멈춰 선 택시에서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 위에 티아라를 쓴 한 여인이 내린다. 그는 커피잔을 들고 종이봉투를 열어 크루아상 한 조각을 베어 물며 유리창을 응시한다. 유리 너머로 5번가 티파니 부티크의 쇼윈도가 펼쳐진다. 다이아몬드가 오드리 헵번을 맞이한다.

    1961년 개봉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이 오프닝 장면은 당시 신인이었던 오드리 헵번을 단숨에 세계적 아이콘으로 떠오르게 했다. 쇼윈도 앞에 선 오드리 헵번은 ‘티파니’라는 이름을 꿈꾸는 삶의 은유로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보석 브랜드 티파니를 사랑·품격·욕망의 언어로 각인시켰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지금, 티파니는 여전히 스크린 위에서 또 다른 얼굴로 광채를 발한다. 2025년 11월 넷플릭스 공개 예정인 영화 '프랑켄슈타인'에는 티파니 아카이브에 보관돼 있던 전설적 작품 '웨이드 네크리스'(1900년경 제작)가 등장한다.


    19세기 유럽의 어두운 낭만과 과학의 경이가 교차하는 이 영화에서 티파니의 보석은 시대를 섬세하게 되살린 유산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영화와 명품. 두 세계의 만남은 언제나 강렬하다. 그들은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지만, 결국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시간 속에 아름다움을 남기고 감정을 기록한다. 티파니는 스크린의 중심에서 시대의 감정을 비춘다.
    오드리 헵번의 눈에 비친 티파니는
    오드리 헵번이 연기한 홀리 골라이트리는 불안한 도시의 꿈속을 유영하는 듯한 인물이다. 헵번의 눈에 비친 티파니는 평범한 보석 가게가 아니었다. 그녀가 바라보던 것은 ‘가질 수 없는 아름다움’, 그러나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유일무이한 세계’였다.


    그에게 티파니는 안식처 그리고 자기 존재를 증명해 주는 상징이었다. 티파니는 이 영화로 ‘럭셔리의 감정화’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보석이 단지 부의 상징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자존을 비추는 매개가 됐기 때문이다.

    영화와 함께 ‘티파니 세팅’이라 불리는 다이아몬드 반지는 영원한 사랑의 상징이 됐다. 오드리 헵번의 블랙 드레스와 진주 목걸이는 지금도 ‘클래식’이라는 단어의 시각적 정의로 남아 있다. 자연스럽게 헵번의 이미지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전설로, 한 시대를 상징하게 됐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이후 50여년이 지나 바즈 루어만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가 2013년 개봉했을 때 관객은 1920년대 재즈 시대의 티파니를 다시 만났다. 티파니는 이 영화의 공식 파트너로 참여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를 풍미한 예술 양식인 '아르데코'(Art Deco)의 풍부한 색감과 직선적인 기하학 문양 그리고 호화로운 장식미를 현대적으로 복원했다. 특히 여주인공 데이지 뷰캐넌(캐리 멀리건)이 착용한 진주와 다이아몬드 헤드피스, 드롭 이어링, 플래티넘 브레이슬릿은 ‘황금의 세기’를 상징하는 아르데코 주얼리의 정수였다.

    실제로 티파니는 1900년대 초반부터 뉴욕 상류사회의 주얼리 제작과 저택 장식에 깊이 관여해 왔다. 따라서 영화 속 개츠비의 파티 장면은 허구라기보다 그 시대의 현실에 가까운 풍경이었다. 샴페인과 재즈 그리고 다이아몬드가 흩날리는 세계. 그 속에서 티파니는 부와 허영의 상징이면서도, 동시에 순수한 사랑의 유물이었다.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데이지를 향해 내미는 손짓. 그 이면에는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있었다. 티파니의 주얼리가 그 욕망을 가장 찬란한 형태로 시각화했다.
    영화가 사랑한 티파니
    2022년 개봉한 '나일강의 죽음'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고전 미스터리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영화 속에는 리넷 리지웨이(갤 가돗)가 무려 128.54캐럿의 거대한 옐로 다이아몬드를 착용하고 등장한다. 태양처럼 강렬한 노란색 보석이 나일강 위에서 반짝일 때 관객은 그 빛에 매혹되면서도 동시에 불안함을 느낀다.

    영화 속에서도 옐로 다이아몬드는 사랑과 질투 그리고 파멸의 씨앗이었다. 아름다움이 곧 욕망이고, 욕망은 파괴를 부른다는 인간의 숙명을 묘사한다. 갤 가돗이 착용한 이 옐로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실제 티파니 다이아몬드의 복제품이 세팅된 목걸이였다. 티파니 다이아몬드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팬시 비비드 옐로(Fancy Vivid Yellow) 다이아몬드로 평가된다. 보석은 늘 완벽하게 빛나지만, 그 빛을 둘러싼 인간의 감정은 언제나 균열을 안고 있다. 그 모든 감정의 결을 간직한 것이 옐로 다이아몬드였다.


    2025년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이 티파니 다이아몬드의 새 장을 연다. 무대는 19세기 고딕의 어둠 속 티파니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등장한다. 영화에서 엘리자베스 라벤자(미아 고스)가 착용하는 금과 플래티넘에 다이아몬드로 세공된 웨이드 네크리스는 티파니 아카이브에 잠들어 있던 전설적인 작품이다. ‘죽은 아름다움이 다시 생명을 얻는다’라는 영화의 주제와 완벽하게 맞물린다.


    티파니의 보석은 영화에서 하나의 소품이 아니라, 창조와 윤리 그리고 기억과 재생의 상징이다. 아카이브에서 되살아난 유산이란 설정 자체가 현대 럭셔리의 새로운 방향을 암시한다. 과거의 아름다움을 복원하고, 그 위에 새로운 가치를 세우는 일. 그것이 바로 오늘날 티파니가 제시하는 지속 가능한 럭셔리의 서사다.


    티파니라는 이름은 시대를 관통하며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비춰왔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사랑의 언어를, 위대한 개츠비는 욕망의 황홀을, 나일강의 죽음을 통해선 아름다움의 그림자를, 프랑켄슈타인에선 유산의 부활을 이야기했다. 티파니는 스크린 위에서 여전히 묻는다. 당신에게 빛난 보석은 무엇인가. 그것은 단지 삶의 소품인가, 아니면 당신의 스토리인가.

    민은미 칼럼니스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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