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총상금 12억원)에서 우승한 이율린의 가장 큰 무기는 퍼트였다. 정규투어 3년차에 처음 경험한 챔피언조 경기에서 이율린은 극한의 긴장감에 샷이 다소 흔들렸다. 하지만 그는 중장거리 퍼팅으로 위기를 막아내고 기회를 살렸다. 9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 주변 벙커에 빠지며 위기를 맞았지만 7m 퍼트를 잡아내 파세이브에 성공했고, 박지영에게 1타 뒤진 채 맞이한 18번홀(파4)에서는 6m 버디퍼트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5차례나 이어진 연장전에서도 8m 버디퍼트를 성공시켜 베테랑 박지영을 꺾었다.
20일 만난 이율린은 “사실 퍼트는 약점이었다”고 털어놨다. “잘하는 친구들을 관찰해 보니 중요한 순간에 중장거리 퍼트를 잘 넣더라고요. 그 점을 닮고 싶어 레슨도 많이 받고, 연습도 치열하게 했습니다.”
대부분의 프로선수가 골프공에 정렬 라인을 그리고 퍼팅 전 목표 지점을 정확하게 겨냥하도록 놓는다. 골프공에 있는 라인과 퍼터 헤드가 향하는 방향을 맞춰 정확하게 타격하기 위해서다. 이율린은 라인은 그리되 퍼트 때 공을 새롭게 정렬하지 않는다. 발걸음 수 등으로 거리를 측정하지도 않는다. “제 눈으로 라인을 읽고 느낀 대로 치는 편입니다. 공의 라인과 스트로크를 맞추려고 하면 오히려 거기에 집중하느라 거리감을 살리지 못하거든요.” 굳이 정렬을 바꾸지 않는데 라인을 그리는 이유로는 “라인이 있으면 공이 굴러갈 때 의도한 방향으로 잘 가는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감각을 최대한 활용하는 이율린이지만 아마추어들에게 강조하는 원칙이 있다. “다운스트로크 때 절대 속도를 줄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연습그린에서 공 바로 앞에 티 두 개를 좁게 꼽고 스트로크해보세요. 속도를 유지하면서 스트로크하면 티에 걸려 채는 멈추고 공만 나가게 됩니다. 이 연습을 계속하면 다운스트로크 때 나도 모르게 속도를 줄이는 버릇을 고칠 수 있을 거예요.”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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