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사일이 타깃을 향해 날아가다가 돌연 앞부분이 쪼개진다. 여기서 나온 인공지능(AI) 자폭형 드론이 타깃을 스스로 찾아가 폭파한다. 한화가 개발중인 차세대 미사일 '천무 3.0'이다.
AI는 그동안 쌓여온 방산 기술의 난제들을 해결하고 있다. 인간의 머리와 손이 필요했던 모든 무기체계가 무인화·자율화되고 있다. 전통 재래식 무기로 수출 대박을 이룬 K방산은 여기에 미래를 걸고 있다. 20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공식 개막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국내 방산 기업들은 각자의 개발중인 차세대 AI·무인화 기술을 선보였다.
○AI가 지휘하는 지상 전장
미사일은 이론과 달리 실제로는 정밀 타격하기 어려운 무기다. 과거 전쟁데이터를 보면 인간의 계산이 들어가는 재래식 미사일의 명중률은 환경에 따라 30~90%로 편차가 크다. '배회형 정밀유도무기(L-PGW)'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중인 AI 기반 미사일이다. 80km 밖에서라도 미사일이 자폭형 드론을 주변까지 운반만한다면 명중률은 99%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ADEX에서 L-PGW인 '천무 3.0'의 실물 목업(실물과 같은 크기·형태의 모형)을 첫 공개했다. 한화는 2030년 개발을 목표로 하고있다. 회사는 미국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산비까지 고려하면 또 한번 수출대박을 이어갈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LIG넥스원은 차세대 무인지상차량(UGV) 'G-Sword'를 선보였다. 모듈만 교체하면 정찰·호위·타격 임무를 빠르게 전환할 수 있게 설계됐다. 무인 차량 한대에 설치된 센서·무장·소프트웨어만 갈아낀 후 AI에게 명령만 다르게한다면 알아서 전장에서 필요한 모든 임무를 수행한다는 의미다. 정찰병, 호위임무병, 타격임무병을 따로 훈련시켜 양성할 필요 없이 최소한의 관리 인원만 있으면 된다.

현대로템은 전장은 물론 재난대응까지 가능한 AI 무인차량 '블랙 베일'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현대자동차·현대위아와 함께 이번 전시회를 연 현대로템은 현대차 그룹의 글로벌 톱 수준의 엔진기술력 등을 AI에 접목했다. 수소연료전지 기반이라 저소음 기동이 가능해 은밀한 임무수행을 할 수 있고, 친환경성까지 갖췄다. 현대로템은 이날 메탄엔진, 덕티드 램제트 엔진, 극초음속 이중램제트 엔진 등 발사체와 유도무기 등에 사용되는 차세대 초고효율 엔진도 선보였다.
◆하늘에도 사람이 없어진다
공중전에서도 사람이 사라질 예정이다. 대한항공의 전시장에는 사람이 앉을 공간이 없는 전투기 목업들이 꽉차 있었다. 대한항공은 이날 다목적 무인항공기, 중고도무인기, 소형자폭무인기 등, 저피탐(탐지되기 어려운) 무인편대기 등 차세대 AI기반 무인기 라인을 대거 공개했다. 하늘에서 쓰이는 기능별 전투기를 모두 무인화하겠다는 포부다.
특히 저피탐 무인편대기의 경우 시제기 제작을 마치고 시험 비행을 앞둔 단계다. 미국 등 주요방산강국도 개발 중인데, 개발속도에서 이들과 나란히 하고 있다.

KAI는 AI 파일럿 기술인 ‘K?AILOT'을 선보였다. 이날 공개한 K-AILOT의 시연 영상에는 감시·정찰·타격 임무를 명령받은 무인기가 타깃을 파악하고 정확히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임무수행 중인 헬기에서 나와 독자적으로 기만, 자폭 등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무인기도 전시됐다.
KAI는 AI 기업 협력체인 ’K-AI 패밀리‘들과 함께 전시장을 구성했다. 코난테크놀로지·펀진·메이사·젠젠AI·D브레인·제노코 등 KAI가 기술 분업을 위해 직접 투자한 회사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방산기술은 과거에는 현실화 문제로 전시장 구석을 차지했던 주제라면, 이제는 각 기업들이 전시장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며 “2030년께부터는 수출 실적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산=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