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호텔 객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내국인의 ‘호캉스’ 수요까지 확산한 영향이다. 관광객은 급증하는데 신규 호텔 공급은 거의 없어 당분간 객실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포시즌스서울 ADR 90만원 육박

17일 호텔 데이터 벤치마킹 업체 STR·코스타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인천 지역 호텔의 평균객실요금(ADR)은 1박에 약 24만7000원으로 전년 동월(23만4000원) 대비 5.5% 상승했다. 9월 잠정 집계치는 약 29만6000원에 이르러 상승률이 14.6%에 달했다. 서울·인천 지역 호텔의 월별 ADR이 30만원에 육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객실이 얼마나 찼는지를 나타내는 객실점유율(OCC)은 지난달 81.6%에 이르렀다. 초고가 스위트룸과 예비로 남겨놓은 객실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만실’이란 의미다. STR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서울의 호텔 객실료 상승세는 놀라울 정도”라며 “신규 고급 호텔이 늘어난 데다 새 호텔 공급 증가율이 지난 2~3년간 약 2% 수준으로 비교적 낮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주요 호텔의 경영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롯데호텔의 럭셔리 브랜드 시그니엘서울의 올 1~9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객실 가격을 계속 올려도 점유율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수요가 탄탄하다. 호텔스닷컴 등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에선 시그니엘서울 객실료를 최근 주말 기준 최소 100만원 이상으로 책정했다. 평일 기준으로도 최소 80만원대에 객실이 팔리고 있다. 포시즌스서울도 지난달부터 ADR이 80만~90만원에 이르렀다. 이 호텔 관계자는 “역대 최고치 ADR 기록이 계속 깨지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 올해 사상 최대 전망
이 같은 객실 요금 상승의 배경엔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외국인 관광객은 1237만여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다. 이 추세라면 2019년 기록한 사상 최대치 1750만 명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185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관광업계에선 2000만 명을 넘길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말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한해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 영향이다. 업계에선 연간 100만~200만 명의 중국인 신규 유입 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과거 단체관광과 기업 중심이던 호텔 수요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별 관광객(레저 수요) 위주로 바뀐 것도 객실 요금을 끌어올리고 있다. 단체 여행객을 모집하는 여행사와 기업은 대규모로 객실을 확보해 요금을 낮추지만 개별 여행객은 글로벌 OTA나 호텔 멤버십을 통해 예약해 객실 요금이 높은 편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OTA를 통해 높은 가격에 예약하는 비중이 작년부터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 호캉스 수요도 확산해 ADR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텔 공급이 제한적인 점도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서울 도심은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고 건축비 상승과 상업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으로 신축 호텔 공급이 최근 정체돼 있다. 늘어나는 호텔 수요만큼 공급이 제때 늘어나지 못한다는 의미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