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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면 가치 상승”…SK, 자회사 매각 속도전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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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면 가치 상승”…SK, 자회사 매각 속도전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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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10월 17일 14:1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의 전방위 구조조정(리밸런싱) 절차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비주력사업으로 분류해 '파이어 세일(단기간 대거 매각)'에 나섰던 자회사 및 자산들의 가치가 매각 직후 폭등한 사례가 줄을 잇고 있어서다. 자본시장에선 그룹의 체질개선을 위해 감수해야할 성장통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무분별한 현금화 기조는 재검토 해야 할 것으로 조언하고 있다.
    매각 직후 폭등한 주가에 속앓이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전방위로 이뤄진 그룹 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끝나 가고 있다. 3조원 규모의 SK쉴더스 매각을 시작으로 SK렌터카, SK스페셜티, SK엔펄스, SK E&S 내 LNG발전소 등의 매각 작업이 이뤄진데 따른 것이다. 속도를 내고 있는 SK실트론 매각이 마무리되면 그룹 유동성 측면에서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안팎에선 자산 매각 성과가 올해 각 계열사의 정기인사에도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너무 성급하게 매각에 나서며 매각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는 비판을 받는 사례도 쌓이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투자했던 미국 연료전지 및 수소 제조사인 블룸에너지가 그 중 하나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이후 5억60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약 11%를 확보해 단일 최대주주에 올랐다. 1차 투자에선 회사가 직접 투자했고 2023년 2차 투자에선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SKS PE와 절반씩 나눠 투자했다. 이사회에도 진입해 직접적인 경영참여에도 나섰다.




    하지만 그룹차원의 리밸런싱이 시작되자 블룸에너지 지분은 최우선 매각 대상으로 분류됐다. 뉴욕 증시 상장사로 현금화가 쉬웠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7월 보호예수가 끝나자마자 직접 보유하던 지분 중 절반을 주당 27달러에 매각했다. 8월엔 SKS PE도 보유하던 지분 중 절반 가량을 주당 42달러에 매각하며 차익을 거뒀다.


    이같은 지분 매도 이후 블룸에너지의 주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은 SK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지난 17일 기준 주가는 주당 115달러까지 급등해 SK에코플랜트의 주가 처분 시점 대비 4배 이상 뜀박질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에 따른 대체에너지원으로 블룸에너지가 만드는 연료전지가 급부상한데 따른 결과다. 다만 SK에코플랜트는 여전히 전체 지분의 3.3%에 해당하는 697만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현재 시가로 매도할 경우 약 9천억원의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보유지분의 분산매각을 통한 속도조절로 주가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SK㈜가 보유하던 베트남 최대 식품그룹인 빈그룹과 대표적인 유통기업인 마산그룹 지분의 처분 시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SK는 2018년 마산그룹의 주식 9.5%를 5300억원에 사들였고, 이듬해엔 약 1조1000억원(10억달러)을 빈그룹 지분 6.05% 인수에 투입했다. 이 중 지난해 11월 마산그룹 지분 약 5.05%를 2775억원에 시장에서 매각했고 올해엔 빈그룹 지분 전량을 약 1조2000억~1조3000억원에 매각했다.


    원금을 건지는 데 성공했지만 6년의 투자기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손실에 가깝다는 평가다. SK그룹이 시장에 지분을 매각할 당시 빈그룹 주가는 주당 4만~10만베트남 동 수준이었지만 최근들어 21만베트남 동까지 급등했다.
    불가피한 성장통이라지만
    SKC가 지난해 2월 한앤컴퍼니에 3300억원에 매각했던 솔믹스(당시 SK엔펄스 파인세라믹스 사업부)도 마찬가지다. 한앤컴퍼니는 인수 1년여만에 TKG태광에 이 회사를 5400억원에 재매각하며 막대한 차익을 거뒀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전반적인 리밸런싱에 대해선 대체로 "불가피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SK그룹은 4~5년전 저금리를 등에 업고 공격적인 M&A를 벌여 공격적인 확장에 따른 후유증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그룹이 사활을 걸었던 SK온의 실적이 곤두박질 치며 그룹 재무상황 악화에 제동을 걸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다수의 자산매각을 통해 그룹 재무구조가 어느 정도 안정화를 찾은만큼 이제는 정교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일각에선 SK그룹이 임직원 평가(KPI) 기준으로 계열사 자산 매각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추진했는지를 뒀다보니 향후 회사와 시너지 여부나 성장성보다 당장 현금화 가능성이 우선됐던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활황기 땐 SK가 M&A 검토만 하더라도 성과평가에 가점을 주면서 모든 임원들이 인수에 혈안이 돼 있었다면, 지금은 반대로 팔기만 하면 승진에 유리한 구조"라며 "유동성에 급한 불은 이제 껐으니 성과 보상 체계부터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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