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경제신문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행정부 일반직 국가공무원 퇴직자(연구·전문직 등 제외) 6510명 중 6급이 2130명(32.7%), 7급이 1195명(18.4%)으로 집계됐다. 일선 실무를 맡는 6, 7급이 퇴직자의 절반 이상(51.1%)을 차지한 것이다. 2016년 각각 1279명, 902명에 불과하던 6, 7급 퇴직자는 8년 만에 52% 늘어났다.중앙부처 6~7급 공무원은 예산 초안 작성부터 국회 요구자료 대응, 정보공개 청구 처리 및 보고서 배포까지 정책 실무 전반을 담당한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산하 기관으로부터 사업 수요를 취합하고, 요구액이 많으면 1차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주무관의 역할이다. 관가는 이들 일선 공무원의 ‘퇴직 러시’가 중장기적으로 공무원 조직의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6~7급 퇴직이 증가하는 주요 이유는 중앙부처 인사 적체가 꼽힌다. 최근 들어선 5급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이 주요 보직을 맡을 수 있는 4급 서기관으로 승진하기까지 10년가량 걸린다. 6~7급 공무원은 평생을 일해도 부서 책임자인 국·과장이 되기 쉽지 않은 게 관가 현실이다. 하지만 주요 부처 출신이라는 경력을 활용하면 공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봉이 많은 민간 기업으로 재취업할 수 있다.
한 경제부처 주무관은 “아예 부처에 들어올 때부터 나갈 생각을 하고 오는 사람도 많다”며 “3~5년 내 ‘부처 경력’을 갖고 이직을 준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직에 발을 들인 지 1년도 되지 않아 퇴직한 공무원 수는 2017년 731명에서 지난해 2418명으로 7년간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비(非)행정고시’ 출신에게 적용되는 유리천장도 여전히 견고하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요 경제부처의 국·과장 출신 경로를 전수조사한 결과, 기획재정부는 전체 국장 35명 중 비고시 출신이 3명(8.5%)에 그쳤다. 이마저도 교수, 군인, 한국은행 파견 등 특수 경로를 통해 임용된 인사들로, 6~7급 출신은 한 명도 없다.
산업통상부 국장 28명 중 비고시 출신은 2명, 농림축산식품부는 14명 중 1명에 그쳤다.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비고시 출신 국장이 한 명도 없다. 한 경제부처 과장은 “과장급 이상이 대부분 고시 출신이어서 행시 선배를 받들고, 후배를 챙기는 문화가 바뀌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핵심 실무인력인 6~7급의 이탈은 정부 역량 약화를 초래한다”며 “연공서열형 인사를 성과주의로 바꾸고, 우수 인력은 승진과 성과 평가에서 우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정민/정영효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