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12위인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2030년 15위로 떨어질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순위가 세 계단 하락하는 것보다 상위권 국가들과의 경제 규모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평가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에서 70여 년 만에 선진국에 올라서 2018년 경제 규모 8위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2022년 12위로 밀린 데 이어 10여 년 만에 15위권 밖으로 밀릴 위기에 처했다.
◇20년 빨리 15위권 밖으로 밀릴 듯

지난해 우리나라의 GDP는 1조8800억달러로 9위 캐나다(2조2400억달러), 10위 브라질(2조1800억달러)과의 격차가 3000억달러 수준이었다. 경제가 부진의 늪을 벗어나면 다시 한번 10위권 진입을 기대해볼 만한 차이였다. 하지만 2030년 우리나라의 GDP는 2조2700억달러에 그쳐 캐나다(2조9100억달러), 브라질(2조8100억달러)과의 격차가 5400억~6400억달러까지 벌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작년까지 근소하게나마 우위를 보였던 멕시코, 호주, 스페인에 모두 역전당해 순위가 세 계단 내려앉을 것이란 분석이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 반열에 들기 위한 최소한의 경제 규모는 지난해 2조달러대 초반에서 2030년 2조달러대 후반까지 커지면서 한국의 가시권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30년 세계 10위 러시아(2조8300억달러)를 따라잡으려면 단순 계산으로 우리 경제가 앞으로 6년간 연평균 8% 성장해야 한다.
주변국 상황을 돌아보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10위권 국가들을 따라잡기보다 후발 주자들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2030년 인도네시아의 GDP는 2조800억달러로 우리나라와의 격차가 1900억달러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규모(2억8572만 명)의 인구를 바탕으로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2년 인도네시아가 2050년 세계 4위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보고서에서 골드만삭스는 2050년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15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탈락 시점은 20년 가까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1%대 성장 늪 허우적대는 사이 역전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세계 상위권에서 멀어지는 것은 1%대 저성장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21년 ‘포스트코로나’ 효과로 4.6%를 기록한 이후 3년째 3%를 넘지 못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0.9%로 1%를 밑돌고 내년도 1.8%로 예상된다. 2030년 성장률도 1.9%로 2%를 밑돌 것으로 IMF는 내다봤다.라이벌 스페인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9%와 2.0%다. 호주도 2.1%와 2.3%로 우리보다 높다. 멕시코의 성장률은 1.0%와 1.5%로 부진하지만, 인구가 감소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멕시코는 1억3000만 명인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 미국조차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2.0%와 2.1%, 2030년에도 우리와 비슷한 1.8%를 나타낼 전망이다. 인도는 2030년까지 6%대 성장률을 이어가면서 세계 3위 경제 대국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영국도 1%대 중반의 성장률을 꾸준히 유지해 203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5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우리나라가 격차를 만회할 방법은 생산성을 높이는 길밖에 없다”며 “경쟁국들은 근무 시간을 늘려가며 경제를 성장시키는데 우리나라는 4.5일 근무제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어 20위권 유지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효/이광식 기자 hug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