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둘리'가 있다면, 핀란드에는 '무민'이 있다. 무민은 핀란드의 작가 토베 얀손의 손에서 탄생한 캐릭터다. 호기심 많은 무민과 친구 스노크메이든이 골짜기를 탐험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는 단순한 동화를 넘어 핀란드인의 정서와 세계관을 담아낸 작품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국민 캐릭터 무민이 올해로 탄생 80주년을 맞았다. 토베 얀손은 헬싱키를 중심으로 아키펠라고(Archipelago·군도) 일대에서 주로 활동하며 무민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특별한 시간을 기념하며 그의 발자취를 따라 걸었다.

핀란드 아키펠라고 지대란?
섬과 해안 도시가 꼬리를 물고 계속되는 핀란드 남서해안의 다도해 지역을 일컫는다. 여름이면 백야의 햇살이 하루 20시간 넘게 이어지기도 한다. 한국 여행객에겐 낯선 지역이지만, 핀란드 특유의 대자연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는 곳이다. 인천~헬싱키 간 핀에어 직항 노선이 주 7회 운항되고, 헬싱키에서 차로 약 45분이면 여정의 시작점인 포르보에 닿아 현지 이동도 부담 없다.

무역항에서 여행지로
강을 따라 옹기종기 어깨를 맞댄 붉은 창고는 포르보(Porvoo)의 아이코닉한 풍경 중 하나다. 포르보가 무역 도시로 번성하던 시절, 이 창고들은 소위 '물 건너온' 상품들로 가득했다. 현재는 지반의 융기로 무역항의 기능은 잃고, 레스토랑·카페·디자인 숍 등으로 탈바꿈해 여행객에게 사랑받고 있다. 강 건너 언덕에 오르면 목조주택이 강물에 비친 데칼코마니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포르보 올드타운만큼은 걸어서 둘러보길 권한다. 구시가지의 울퉁불퉁한 자갈길은 걷기 불편할 수 있지만, 그 불편함마저 포르보를 느끼는 하나의 방식이다. 포르보 대성당, 포르보 박물관 등 웬만한 관광 명소는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 길모퉁이마다 자리한 북유럽 감성의 부티크부터 아기자기한 주택까지. 천천히, 깊이 있게 걸을수록 도시는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핀란드식 사우나가 궁금하다면
오로라를 관측하기 좋은 12~3월을 제외하면, 핀란드 여행 최적기는 여름이다. 이때가 아니면 따뜻한 햇볕을 맘껏 즐기기 힘들어 현지인들도 야외활동에 올인하는 시기다.
코트카(Kotka)의 '산탈라흐티 리조트(Santalahti Resort)'는 핀란드의 아웃도어 문화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숙박 시설이다. 오두막·빌라·이글루·캠핑 사이트 등 다양한 형태의 숙소를 갖췄다.
백미는 유리 천장을 통해 하늘과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 '산타 글라스 사우나'. 나무 화로를 데우는 전통 핀란드식으로, 시간 단위 대여 시스템으로 운영해 일행과 오붓하게 즐기기 좋다. 핀란드의 사우나는 대부분 혼성이기에 수영복 착용은 필수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하면 얼음장 같은 바다에 몸을 던져 열기를 식힌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우리 문화와 닮아 있어 왠지 모르게 친근하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

고풍스러운 소도시 로비사(Loviisa)에는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제철소 마을 '스트뢰포르스 아이언웍스(Stromfors Iron Works)'가 있다. 1695년에 설립된 스트뢰포르스 아이언웍스는 1950년까지 실제로 가동되던 제철소였다. 붉은 지붕 위로 금방이라도 연기가 피어오를 것 같은 이 건물이 최근 '오픈 에어 뮤지엄'으로 다시 살아났다.
오픈 에어 뮤지엄은 보통의 박물관처럼 유리 너머로 전시품을 바라보는 대신, 마을을 직접 거닐며 오감으로 과거를 체험하는 방식을 말한다. 예술가들의 갤러리·공방과 소규모 박물관, 카페 등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을 가까이서 체험하고, 마을을 따라 이어지는 하이킹 코스에서 자연 속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다.
도시 전체가 성곽

거미줄을 닮은 듯 독특한 방사형 구조가 이국적인 하미나(Hamina)는 과거 무역·군사 요충지로 활약했던 도시다. 8세기에 세워진 성벽, 고즈넉한 교회, 아담한 박물관 등 도심 곳곳에 세월이 깃들어있다. 여유가 있다면 지역 전문 가이드가 이끄는 시티 투어에 참여해보자. 관광객이 스쳐 지나칠 법한 명소, 골목골목 숨은 역사를 맛깔나게 짚어준다.
핀란드에서 숨은 무민 찾기

펠링게(Pellinge)
작가 토베 얀손이 매년 여름을 보낸 포르보 외곽의 작은 섬이다. 페리를 타야만 닿을 수 있어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숨겨진 보석' 같은 곳으로 통한다.
이 고요한 섬에서 아주 특별한 게임이 벌어진다. 이름하여 '아일랜드 리들(Island Riddle)'. 무민 동화책 '무민, 밈블, 그리고 미이에 관한 이야기'를 따라 숲을 누비며 미션을 수행하는 '자연 속 방탈출'이다.

약 3.5km의 코스 곳곳에 숨겨진 14개의 실마리를 따라가며 문제를 푸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무에 달린 작은 표식을 찾다 보니 어느새 3시간이 훌쩍 지났다. 펠링게의 거대한 자연이 무대이자 곧 놀이터가 되어주는 셈이다. 연중 4~9월에 한해 사전 예약제로 운영한다.

마리타임 센터 벨라모(Maritime Centre Vellamo)
핀란드 해양박물관, 킴멘라크소 박물관 등이 들어선 복합 문화 공간. 핀란드 항해의 역사, 코트카 지역의 유물·사진 등 다채로운 문화 유산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벨라모를 찾는 이들을 매료하는 건 무민이다. 오는 2027년 3월 7일까지 ‘용기, 자유, 사랑! 무민의 모험(Courage, Freedom, Love! A Moomin Adventure)’ 전시가 열리기 때문. 무민 골짜기로 향하는 여정을 담은 몰입형 체험 전시로, 관람객은 무민 계곡의 숲길을 직접 걷고 홉고블린의 모자를 탐색하며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 특별한 모험을 경험할 수 있다.
하미나 시청(Hamina Town Hall)
딱딱할 것만 같은 시청 안, 뜻밖의 무민 세계가 펼쳐진다. 시청 회의실 양 벽을 가득 채운 토베 얀슨의 대형 벽화 두 점이다. 1952년 하미나시 300주년 기념으로 제작돼 2022년에야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됐다.

토베 얀슨은 '무민은 또 다른 자아'라며 작품에 작은 무민을 살짝 그려 넣곤 했다. 가로 길이만 약 5.5m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벽화에 꼭꼭 숨은 무민을 찾는 은근한 즐거움이 있다. 일반적으로 업무 시간에 방문 가능하나, 현지 사정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어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핀에어 인천-헬싱키 직항
서울과 수도 헬싱키의 시차는 약 6시간. 시차 적응이 쉽지 않은 만큼, 편안한 비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핀에어는 최선의 선택지다. 핀에어는 서울과 헬싱키로 오가는 직항 노선을 무려 주 7회 운영한다. 원하는 날짜에 맞춰 여행 계획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모든 A350 기종 비즈니스 클래스를 리뉴얼했다. 핀에어와 콜린스 에어스페이스가 공동 개발한 3D 입체형 좌석을 적용해 별도의 등받이 조절 없이 원하는 자세를 쉽게 취할 수 있다. 실제로 앉아 보니 양반다리도 무리 없을 만큼 좌우 공간이 넉넉했다.
좌석 가운데에 있는 받침대를 올리면 넓은 침대로 변신한다. 발을 대각선으로 넣을 수 있는 오토만과 매트리스까지 갖춰 장거리 비행 중에도 최고의 편안함을 선사한다. 압도적인 크기의 18인치 좌석 스크린과 무선 충전기 등 다양한 편의 시설도 만족스러웠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도 좋은 옵션이다. 일반 이코노미 클래스보다 50% 이상 넓고, 메모리 폼 쿠션과 6가지 방식으로 조절 가능한 머리 받침, 8도까지 기울어지는 등받이와 발 받침을 갖춰 기대 이상으로 안락하다.
공항에서의 휴식을 빼놓을 수 없다. 헬싱키 반타 공항 비쉥겐 구역 52번 게이트 근처에 핀에어 전용 라운지가 있다. 450석 규모의 넉넉한 좌석 덕에 이용객이 많아도 붐비는 느낌은 덜하다.
박소윤 한경매거진 기자 park.soyo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