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5일 12: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자체 개발한 국제표준 전산언어(XBRL) 공시 시스템으로 국제표준 인증을 받았다. 상장사가 공시한 재무보고서 절반이 국제표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시스템을 개선해 공시 신뢰도 회복에 나선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XBRL 국제표준기구(International)로부터 상장사 등이 XBRL 재무공시 작성시 사용하는 XBRL 작성기를 포함한 XBRL 공시시스템에 대해 국제표준 인증을 받았다고 15일 밝혔다.
XBRL은 기업의 재무 데이터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구조로 표준화한 국제 규격이다. 쉽게 말해 재무제표를 ‘엑셀 파일’처럼 정리해 주는 시스템이다.
국제 XBRL협회 소속 전문가가 오픈 다트(OPEN DART)를 통해 제공되는 XBRL 데이터 점검, 금융감독원 XBRL 작성기 기능 등을 검증해 국제 표준에 부합한다고 검증한 것이다.
국내에 XBRL 재무공시 제도는 지난 2007년 재무제표 공시에 처음 도입됐다. 지난 2023년 사업보고서부터 재무제표 뿐 아니라 주석 공시에도 단계적으로 적용됐다.
금감원은 제도 도입 초기부터 XBRL 작성기를 자체 제작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국제 인증을 받았다. 금감원은 이번 인증을 앞두고 기존에 제기된 문제점을 수정·개선해 국제표준 인증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기존에는 XBRL 국제표준기구가 인증한 코어(Core) 유효성 검사 도구를 통해 국내 XBRL 보고서를 검증하면 절반에 달하는 보고서에서 오류가 발생한 문제가 있었다. 코어 유효성 검사는 XBRL 문서가 반드시 따라야 할 최소한의 문법과 구조 요건을 검증하는 절차다.
▶2025년 8월 14일 <국내 XBRL 재무데이터 절반 오류…"공시 신뢰도 추락“> 기사 참조
이는 공시 담당자가 편집기에서 XBRL 값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일부 데이터를 삭제하더라도 해당 값이 숨겨진 데이터로 처리하도록 설계하면서 발생한 문제였다. 국내 공시 담당자의 편의성을 위한 조치라지만, 국제 표준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금감원은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최근 작성기에서 데이터를 삭제하면 해당 값이 아예 삭제되도록 편집기를 개선했다. 기존에 숨겨진 데이터가 공시 사용자에게 의도치 않게 노출됐던 오류도 전수 조사를 통해 모두 수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XBRL 국제표준기구와 논의해 작성기를 개선하다는 데 합의하고 업데이트 이후 인증을 받았다”며 “3분기 실적 공시부터 국제 유효성 검사 도구로 검증해도 오류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XBRL 국제표준기구 요청에 따라 우리나라 재무 공시 정보(사업보고서, 분·반기보고서 등)를 글로벌 XBRL 보고서 공시 플랫폼에도 공시되도록 긴밀하게 협조할 예정이다. 현재 XBRL 국제표준기구가 운영하고 있는 통합 XBRL 보고서 공시 플랫폼에는 유럽국가의 XBRL 보고서만 공개되고 있다.
금감원은 “재무공시 투명성과 신뢰성 강화 및 사용자 편의성 향상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상장사 등의 의견 수렴 등을 통해 관련 시스템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에 공시된 XBRL 보고서의 경우에는 큰 오류가 없는 만큼 별도 정정 없이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오류가 발생한 XBRL 보고서는 여전히 데이터 이용기관이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기계가 읽는 문서인 XBRL을 사람이 보는 감사보고서와 구조를 일치시키다보니 XBRL의 효용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XBRL 제도의 핵심 취지는 개별 기업 보고서를 내려받지 않고도 계정 항목을 자동으로 매핑하고, 주석 사항까지 정량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XBRL과 감사보고서 구조를 일치시키기 위해 분류체계 표준 항목상 표를 사용하지 않고 기업이 자체적으로 만든 확장 표의 비율은 3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확장이 과도하게 사용되면 표준화가 저하돼 자동 분석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