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6일 15: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추가적인 상법 개정을 논의하면서 기업들이 자사주를 인재 보상과 성과 유인 수단으로 활용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주주가치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인적 자본 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성과연동주식보상(PSU) 제도 도입을 공식화했다. PSU는 그간 임원급 이상을 대상으로 운영돼 왔지만, 삼성전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확대했다. 성과와 보상을 직접 연결해 장기 성과 중심의 조직문화를 확립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PSU는 일정 수량의 자사주를 부여하고, 향후 주가 상승률이나 영업이익률, 매출 성장률 등 경영성과에 따라 실제 지급 주식 수를 확정하는 제도다. 업계는 AI·반도체 경쟁 격화 속 핵심 인재 유출을 막고, 전사 차원의 ‘성과 연동 문화’를 제도화하려는 목적으로 보고 있다.
보툴리눔톡신(보톡스)과 히알루론산 필러 등을 주력으로 하는 의료미용 전문기업 휴젤은 신임 CEO를 중심으로 임직원에게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와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PSU가 주가·ROE 등 정량적 성과 달성률에 따라 지급 주식 수가 달라지는 제도라면, RSU는 일정 기간 근속·성과 요건을 충족하면 주식을 직접 받는 구조다.
휴젤은 공시를 통해 신임 CEO 캐리 스트롬에게 전체 자사주 150만2741주 중 3.6%에 해당하는 RSU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우수 인력 확보와 핵심 직원에 대한 동기 부여를 위해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스트롬 CEO를 포함한 임직원 26명에게 총 13만5712주(발행주식의 1.1%) 규모의 스톡옵션도 부여했다. 휴젤은 약 150만주(전체의 12%대)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어, 스톡옵션도 자사주를 최대한 활용해 교부할 가능성이 크다.
스트롬 CEO는 글로벌 보톡스 1위 기업 엘러간(현 애브비) 출신으로, 휴젤의 미국·캐나다 등 북미 시장 공략을 직접 이끌 인물이다. 이번 북미 진출은 휴젤의 성장세와 기업가치 회복을 좌우할 핵심 과제인만큼 회사가 자연히 성과 보상에 힘을 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휴젤은 2021년 아프로디테 컨소시엄(CBC그룹·무바달라·IMM인베스트먼트·GS그룹)에 인수됐다.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 시점이 다가오며 상장폐지나 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다만 현 주가는 27만원대로 지난 7월 고점(39만2000원) 대비 30% 이상 떨어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휴젤이 투자자들의 만족스러운 투자금 회수와 성장세 회복을 이루려면 결국 실적과 주가가 함께 올라야 한다”면서 “북미 시장에서의 성과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논의되면서, 기업들이 자사주를 인재 보상과 장기 성과 연동형 자본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속속 모색하고 있다. 개정안은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6개월~1년 내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되, 성과보상 등 생산적 활용은 허용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묵혀둘 수 없는 만큼, 성과형 인재 보상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며 “보유 자사주가 많은 기업을 중심으로 PSU·RSU 제도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