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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인으로 수출대금 환치기…상속세 회피 수단 악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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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인으로 수출대금 환치기…상속세 회피 수단 악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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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관세청 대구본부세관은 무역 대금을 가상자산으로 환치기한 베트남의 A조직을 검거했다. 이들 수법은 이랬다. 한국 업체가 베트남에 물건을 수출하면 베트남 수입업체는 수입 대금을 적게 신고하면서 대신 차액을 A조직에 맡겼다. 이 조직은 가상자산을 매입해 한국 조직원에게 보냈고, 국내에서 팔아 원화로 환전해 국내 수출업체 계좌에 넣어줬다. 이 조직이 이런 방식으로 2022년 2월부터 3년간 환치기한 금액만 8430억원에 달한다.
    ◇테더에 묻고 죽으면…상속세 부과 어려워

    15일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A조직처럼 가상자산으로 무역 대금을 송금하는 불법 외환거래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은행을 통하지 않고 수출 대금을 받으면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하는데, 이를 회피하는 것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베트남 수입업체 입장에선 수입 금액을 적게 신고해 관세도 아낄 수 있다”며 “반대로 국내 수출업체도 법인세를 절감하기 위해 이와 비슷한 수법을 활용할 유인이 있다”고 했다.

    유학비로 가장한 가상자산 투자자금의 해외 송금도 대표적인 불법 외환거래 유형이다. 국내 은행은 가상자산 투자 목적의 송금을 거부하고 있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유학 자금으로 허위 증빙하는 것이다. 유학생들이 유학 자금이란 명목으로 국내 은행을 통해 본인 명의의 해외 외화계좌로 돈을 보내고, 이 자금으로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사들이는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 이들이 이를 다시 국내 거래소로 이전해 매도하면 ‘김치 프리미엄’으로 이익을 거둘 수 있다.


    가상자산을 통한 외환 불법 거래의 실제 규모는 적발된 것보다 훨씬 방대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에 따르면 현재도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사들인 다음 이를 개인 지갑이나 해외 거래소로 옮길 때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밖의 영역이 ‘깜깜이’라는 점이다. 개인 지갑에서 개인 지갑으로 옮겨 다니거나 개인 지갑과 해외 거래소를 오가는 가상자산에 대해선 들여다볼 수 없다.

    이런 구조 때문에 상속·증여세를 피할 목적으로 테더(USTD)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내에 있는 부모가 거래소에서 테더를 사들인 후 개인 지갑에 넣어두는 것까지는 당국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다시 해외에 있는 자녀의 지갑으로 전송하는 것은 확인할 수 없다. 자녀가 해외에서 돈을 인출해 쓰더라도 국내 기관으로선 자금 출처를 따지기 어렵다. 부모가 개인 지갑에 테더를 넣어둔 상태에서 사망하더라도 해외에 있는 자녀는 부모 지갑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만 알면 이 가상자산을 현금화해 쓸 수 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상속 자산은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무역 대금보다 오히려 악용할 소지가 더 크다”고 말했다.
    ◇계엄·탄핵에 ‘모니터링법’도 멈춰 서
    현행 외국환거래법은 개인이 은행을 통해 10만달러가 넘는 금액을 해외에 보낼 땐 송금 목적을 밝히도록 하고 있다. 가상자산은 다르다. 외국환거래법에 가상자산이 정의돼 있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규정이 없다. 계좌에서 돈이 계속 빠져나가기만 하는 등 이상 거래가 발견되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그때그때 들여다보고 있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외국환거래법에 가상자산과 가상자산사업자에 관한 정의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올 상반기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가상자산거래소는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를 하기 전에 사전 등록하고, 그 내역(거래일·거래 금액 등)을 매달 한은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계엄과 탄핵, 대선이 이어지면서 법 개정이 미뤄지고 있다.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해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를 추가하고, 가상자산도 외국환에 준해 거래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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