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산·우주항공 분야의 급성장으로 특수합금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과거 정체된 전통산업으로 여겨졌던 방산 분야가 지정학적 긴장으로 규모가 늘어나는 동시에, 기술 고도화까지 나타나면서 특수합금 수요가 향후 5년간 2배가까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주 분야에서도 국가 차원을 넘어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민간업체까지 로켓을 쏘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많은 특수합금이 필요해지고 있다.
산업 특수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철강기업들 역시 최대 수요처인 미국에 현지 공장을 세우는 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세아 첫 美 현지 생산은 '특수합금'
1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약 2100억원을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에 특수합금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세아베스틸지주는 내년 하반기 공장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특수합금은 일반철강과 달리 니켈계 초합금, 티타늄 합금, 코발트계 합금 등 특수 금속을 섞은 합금을 말한다. 일반 철강과 달리 초고온 환경에서 절삭, 성형, 열처리 등을 거쳐야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세아베스틸지주는 미국 첫 현지 시설인 특수합금 생산공장에서 연간 약 6000t의 특수합금을 생산할 예정이다.
세아그룹이 첫 미국 현지공장을 특수합금 분야로 선택한건 이유가 있다. 현재 일반 범용 철강 제품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3%대까지 떨어졌다. 신규공장을 짓거나 증설을 해도 투자금을 회수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세아비스틸지주가 미국에서 생산할 특수합금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20% 이상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수합금이 필요한 곳은 많아지는데 생산하는 곳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특수합금의 수요는 지난해 약 57만3000t에서 2031년 98만9000t으로 급격히 늘어날 전망인데, 이중 40~50%는 미국의 수요다. 현재 미국내 대표적인 특수합금 기업인 카펜터 테크놀로지의 영업이익률은 30%가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특수합금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은 방산·우주항공 분야다. 지정학적 긴장 심화로 방산 시장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최신형 전투기 등에는 일반적인 철강을 사용할 수 없다. 우주항공분야에서도 특수합금을 필수적이다. 록히드마틴, 나사, 스페이스X, 보잉 GE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최종 고객이다.
가스터빈 분야의 수요 비중도 높다. 최근에는 반도체, 2차전지, 의료, 에너지 제품 고도화에 따른 특수합금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세아그룹은 내년도 공장 가동률을 살펴 본 뒤 수익성을 검토해 추가 증설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텍사스 공장을 통해 매출 수조원대, 영업이익 수천억원대를 기록하는게 중장기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기업들도 수혜 기대
풍산 역시 특수합금 시장 성장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풍산은 특수합금 제조의 앞단계인 특수합금 재료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방산·우주항공에 많이 쓰이는 니켈·코발트 초합금 등 보다는 구리 합금 위주의 사업을 주로 하고 있지만, 기술적 연계성을 고려하면 사업 확장이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풍산은 이 분야 기술 투자 규모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에이치브이엠, KPCM 등 특수합금 관련 중소기업들도 미국 등 해외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에이치브이엠과 KPCM은 국내 특수합금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에이치브이엠은 현재 1만t 이상의 제2공장을 건설중이다.
업계에선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포스코 역시 시장에 재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포스코는 2014년 일반 범용 철강에 비해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특수강 분야를 세아그룹에 매각한 바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철강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논의가 이뤄지면서 특수합금 분야도 특히 주목받고 있다"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수익의 특수합금 분야를 키우고자 하는 철강기업들이 추가적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