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한국고용복지학회가 전국의 근로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퇴직연금 제도 개선을 위한 가입자 인식조사’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퇴직연금 시장 진출 찬반을 묻는 질문에 매우 반대(12.2%)와 반대(25.3%) 등 반대 의견이 총 37.5%로 집계됐다. 매우 찬성(2.7%)과 찬성(25.5%) 등 찬성 의견은 28.2%에 그쳤다. 반대 의견은 여성(41.2%), 비정규직 및 계약직(40.2%), 연 소득 900만~1200만원 미만(42.9%)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국민연금이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방안을 반대하는 이유를 묻는 설문엔 ‘운용 손실 시 국민 세금 부담 전가 위험’이라는 답변이 27.7%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 우려(20.2%), 퇴직금을 운용하지 못할 것 같아서(17.1%), 거대 자금력으로 민간시장 고사 우려(13.6%), 일시금 수령이 어려워서(8.0%) 순으로 조사됐다.
국민연금이 퇴직연금 시장에 들어오면 민간 금융회사와 공정 경쟁이 가능하냐는 질문엔 응답자의 39.1%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가능하다’는 응답은 24.9%에 그쳤다. 직업별로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공정 경쟁 가능성을 가장 낮게 봤다. 공정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42.3%에 달했다.
국민연금이 운용한 퇴직연금에 손실이 생겼을 때 손실 책임 주체를 묻는 설문엔 국민연금이라고 답변한 응답이 61.9%로 가장 많았다. 정부라고 답한 응답자도 27.2%에 달했다. 운용 손실이 발생하면 10명 중 9명이 국민연금 또는 정부 측 책임이라고 보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의 퇴직연금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묻는 설문엔 응답자의 44.0%가 ‘시장 왜곡 등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수익률 증대 등을 기대한다’는 의견은 16.2%에 그쳤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기금 전문 운용기관’ 도입을 묻는 질문엔 찬성(31%) 의견이 반대(18.8%)보다 12.1%포인트 많았다. 기금 전문 운용기관 도입을 찬성하는 이유를 묻는 설문엔 ‘전문운용사 간 경쟁을 통한 수익률 제고’라는 답변이 47.2%로 가장 많았다. ‘여러 전문운용사 간 비교·선택권 확대’라는 답변이 26.7%로 뒤를 이었다.
이번 설문 조사를 공동으로 진행한 전용일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은 공적 기금의 시장 개입을 기회보다 위험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잠재적 수익률 상승이라는 불확실한 기대보다 운용 실패 시 발생할 세금 부담 전가 등 현실적 위험을 더 크게 느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