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한 것이 결국 더 큰 성과 창출로 이어졌습니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13일 ‘2025 WCD(세계여성이사협회) 비저너리 어워즈’에서 ‘이머징 리더십’ 부문에 선정된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여성 고용을 늘려 기업 내 다양성과 포용성을 실천한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한국 기업 중 처음으로 수상했다.
올해 25년째를 맞는 WCD는 세계 기업에서 활동하는 3700여 명의 여성 임원으로 구성된 글로벌 비영리 단체다. 비저너리 어워즈를 통해 탁월한 거버넌스, 재무 성과, 다양성 실현에 기여한 기업과 리더를 수상자로 선정해왔다. 글로벌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및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가늠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6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성 회장은 “권위 있는 상을 받게 돼 진심으로 기쁘다”며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헌신해준 많은 여성 임직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성 회장은 1974년 영원무역을 설립한 뒤 줄곧 ‘사람 중심의 경영’을 강조해왔다. 세 딸을 둔 성 회장은 특히 여성 리더십 강화에 힘을 쏟았다. 영원무역그룹의 국내 본사 근무 기준으로 여성 임직원 비율은 70%에 달했다. 부장급 이상의 여성 관리자 비율은 60% 수준이다. 영원무역그룹 관계자는 “여성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남성보다 약 1년6개월 더 길다”며 “영원무역이 안정적인 근무 환경과 성장 기반을 갖춘 포용적 조직문화를 실현해 왔음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1980년 진출한 방글라데시 등 해외 생산법인에서도 여성 고용을 늘려왔다. 성 회장은 이 같은 공로로 2016년 전문직여성 한국연맹(BPW KOREA)으로부터 ‘제22회 BPW 골드 어워드’를 받기도 했다. 성 회장은 당시 “특별히 여성 우대를 찬성하거나 주장한 적은 없다”며 “일 잘하는 사람을 뽑고 대우해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평소 ‘다양성과 포용의 기업문화’를 강조해온 성 회장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우리 회사가 어떻게 여성 임원을 점차 늘려왔는지 알 수 있었다”며 “다양성과 포용은 어느새 우리 회사의 정체성이 됐고 자연스러운 기업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영원무역그룹의 1호 여성 임원은 2001년 이흥남 영원무역 이사(현 사장)였다. 이 사장은 1976년 입사해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영원무역의 임원 22명(지난해 말 기준) 가운데 10명이 여성이다. 그룹 전체로 보면 영원무역(10명), 영원무역홀딩스(2명), 영원아웃도어(5명) 등 총 17명이 여성 임원이다.
성 회장은 “영원무역을 이끌어오면서 여성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존중받고 가치 있게 평가받으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