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갈등에 따른 미국 주요 지수 급락에도 코스피지수는 선전했다. 반도체 등 주요 종목도 장중 낙폭을 줄이며 강한 흐름을 나타냈다. 증권가에선 양국 간 협상 성사에 무게를 두면서 코스피지수가 종전과 같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되레 상승 마감
13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72% 하락한 3584.55에 마감했다. 미·중 갈등이 재차 불거지며 나스닥지수가 3.56% 급락한 이후 첫 거래일이었지만 선방했다. 코스닥지수는 오히려 0.12% 오른 860.49에 거래를 마쳤다.시작은 불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증시 개장 전 “중국과 관련해 걱정하지 말라” “시진핑과 나는 둘 다 불황을 원하지 않는다”는 글을 SNS인 트루스소셜에 올렸지만 코스피지수는 지난 10일 종가 대비 2.44% 떨어진 3522.54까지 밀렸다. 이후 개인투자자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하락폭을 줄였다. 이날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8439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6거래일 만에 순매도에 나섰지만 개인이 1조826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 순매수액은 지난 8월 1일(1조9123억원) 후 최대로 기록됐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하락도 제한적이었다. 외국인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각각 5268억원, 2245억원어치 순매도했으나 개인이 두 종목을 각각 4131억원, 2096억원어치 사들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하락률은 1.17%, 3.04%에 그쳤다. 오전 한때 각각 3.92%, 5.84% 떨어진 것에 비하면 낙폭을 크게 줄였다. 두 종목은 각각 9만3300원, 41만5000원에 마감했다.
중국의 배터리 수출 제한 움직임에 2차전지주도 선방했다. 올 3분기 60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힌 LG에너지솔루션은 0.14% 올랐고, 포스코퓨처엠은 7.79% 급등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HD현대중공업도 각각 4.16%, 0.39% 뛰면서 원전·조선주 강세를 이어갔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반도체주가 조정받자 조선, 원전 등 기존 주도주가 뒤를 받쳤다”며 “국내 증시 체력이 강해졌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단기 갈등” vs “방어 대응해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조정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1일로 예정된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 전 협상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며 “수차례 무역 분쟁을 통해 시장에 내성이 생겼기 때문에 이번 사태 충격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주도주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주 조정도 길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에 따른 공급망 불안 우려에도 업황 개선 호재가 더 클 것이라는 얘기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일반 D램 가격은 내년 1분기 5~10%, 2분기 3~8% 상승할 전망이다. 반도체 공급사들이 수요가 크게 증가한 서버용 D램 위주로 생산하면서 소비자용을 포함한 전 제품 가격이 오를 것이란 분석에서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당초 예상보다 강하고 중장기 실적 가시성까지 확보했다”며 “조정 때는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코스피지수가 단기간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에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은 시장 전체가 강한 게 아니라 반도체가 강한 것”이라며 “시장의 에너지와 체력은 오히려 약화하고 있어 11월까지 방어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