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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준 프로덕트 매니저, Ad Age 'Tech Power List 2025' 선정…"데이터의 경계를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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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준 프로덕트 매니저, Ad Age 'Tech Power List 2025' 선정…"데이터의 경계를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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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Ad Age가 발표한 ‘Tech Power List 2025’에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인물이 있다. 글로벌 테크 기업에서 데이터 기반 마케팅 인프라를 구축해온 오서준 프로덕트 매니저다. 그는 화려한 기술보다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데이터가 일의 언어가 되게 만드는 일을 강조했다.

    Q. ‘Tech Power List’ 수상은 업계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어떤 점이 주목받았다고 보시나요?


    A. 지금의 마케팅 환경은 불확실성이 큽니다. 사용자 데이터가 제한되고, 이를 수집하는 방식도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맡은 역할은 팀이 일관된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광고 플랫폼, 웹, 앱 등 여러 채널에서 흩어진 데이터를 한 체계로 묶고, 캠페인 효과를 실험 단위로 검증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예전에는 ‘잘 된 것 같다’ 정도로 평가하던 캠페인도 지금은 ‘얼마나, 왜 잘 됐는가’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시스템을 만드는 게 아니라, 조직이 데이터를 중심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방향을 바꾸는 작업이었습니다. 아마 그 점이 높게 평가된 것 같습니다.

    Q. 프로덕트 매니저로서의 커리어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A. 일은 SK텔레콤에서 시작했고, 그 뒤에는 쿠팡에서의 검색광고 제품 담당 PM 일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크리에이티브 최적화(creative optimization)와 브랜드 광고 상품 출시를 담당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데이터 구조와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고, 이때의 경험이 이후 제가 일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데이터를 보는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를 움직이는 제품을 만든다’는 생각이 지금까지 제 커리어를 이끄는 기준이 됐습니다. 더 테크니컬한 프로덕트를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학원에서 컴퓨터과학을 공부했습니다. 공부를 통해 기술 자체보다, 기술을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는 언어를 배웠습니다. 그게 이후의 커리어를 확장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습니다.

    Q. 글로벌 환경에서 마케팅 데이터를 다루는 일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A. 데이터 일은 언제나 기술보다 조직 간 협업이 핵심입니다. 시스템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각 팀이 그 데이터를 믿지 않으면 쓸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광고팀은 성과를 클릭 수로 보고 싶어 하고, 재무팀은 매출 중심으로 판단하길 원하죠. 이 두 시선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진짜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기술 설계보다 먼저 ‘같은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지표 정의, 데이터 소스, 검증 기준을 팀별로 맞추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그게 정리되고 나면 일의 속도가 몇 배로 빨라집니다. 결국 데이터 플랫폼은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직 정렬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Q. 최근 ‘RCA(원인 분석) 에이전트’라는 개념을 제안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접근인가요?


    A. 이름만 들으면 복잡해 보이지만, 본질은 단순한 아이디어입니다. 지금의 마케팅 자동화는 대부분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까지만 알려줍니다. 그 다음 단계, 즉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찾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RCA 에이전트는, AI가 데이터를 스스로 탐색하며 이상 징후의 원인을 추적하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주문이 줄었다면 특정 채널에서 유입이 감소했는지, 아니면 결제 단계에서 이탈이 늘었는지를 AI가 자동으로 탐색하고, 가능한 원인 후보를 제시합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은 데이터를 뒤지는 대신, AI가 제시한 가설 중 어떤 걸 검증할지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건 ‘자동화’라기보다 사람과 AI가 협업하는 새로운 의사결정 구조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AI는 분석을, 사람은 해석을 맡는 식의 협업이 앞으로 보편화될 것입니다.

    Q. 앞으로 마케팅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시나요?


    A. 지금까지의 마케팅은 데이터를 쌓는 게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연결하느냐가 핵심이 될 겁니다. AI가 단순 분석을 넘어서 ‘추론’을 하는 단계로 가고 있습니다. 결국 마케팅 의사결정의 속도는, AI가 데이터를 얼마나 잘 해석하고 즉각 반응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이 변화 속에서 사람의 역할도 바뀔 겁니다. 리포트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기준과 맥락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저는 이걸 ‘AI가 배우는 언어를 설계하는 시대’라고 부릅니다.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지를 정하는 감각이 훨씬 큰 차이를 만들 겁니다.

    Q.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다면요?


    A. 언제나 문제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M의 일은 기술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가’를 명확히 정의하는 일입니다. 많은 제품이 실패하는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처음에 문제를 잘못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프로젝트든 문제를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에 제일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PM은 해결책보다 질문을 잘 던지는 사람입니다. 그 질문이 정확해야 팀이 같은 방향을 볼 수 있고, 그 위에서 기술이 진짜 힘을 발휘합니다.

    Q. 데이터나 AI 분야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A. 데이터를 잘 다루는 기술은 기본입니다. 다만 그 기술이 어디에 쓰이는지를 이해하는 감각이 더 중요합니다. 숫자를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숫자 뒤에 있는 사람의 행동과 의도를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클릭률이 떨어졌다면, 단순히 ‘성과가 나쁘다’가 아니라 “왜 사용자가 클릭하지 않았을까?”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AI 시대일수록 이런 사고방식이 더 중요해질 겁니다. 결국 데이터를 다루는 일은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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