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35년이면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큰 산업용 가스 시장이 될 것.”
박일용 에어리퀴드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CEO)는 지난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산업용 특수가스 시장과 관련해 이렇게 전망했다. 지난 8월 프랑스 기업인 에어리퀴드가 한국의 DIG에어가스를 약 4조6000억원에 인수한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산업용 가스 분야 역대 최대딜이다. 박 대표는 현재 아시아 3위인 한국 특수가스 시장이 10년 후에는 일본을 제치고 2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에어리퀴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분야에 산업용 특수 가스를 공급하는 프랑스 대기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해 약 45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산업용 특수가스는 제조공정에서 회로를 새기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등 화학반응을 위해 쓰인다.
박 대표는 "이번 메가딜은 글로벌 본사 입장에서도 10년내 최대 규모"라며 "이번 M&A는 단순한 시장 진입이 아니라 향후 10년을 내다본 전략적 투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업용 특수가스 수요는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생산이 더 많아질수록 비례해서 늘어나는 구조"라며 "제조업 국가로서 한국의 유망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특히 한국 시장은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반도체 분야 등에서 기존 범용보다 부가가치가 월등히 높은 고순도 가스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한국 산업용 가스 수요의 절반 이상이 반도체에서 나오고 있는데,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기술집약도가 높아지면서 가스도 고부가가치화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한국을 차세대 특수가스 개발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삼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박 대표는 "한국은 반도체 세계 최강대국인만큼 테스트 후 상용화를 위한 최적 국가라고 에어리퀴드 본사에서도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에어리퀴드의 다음 타깃은 수소 사업이다. 국내 수소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있는 분위기지만, 오히려 한국내 수소사업을 빠르게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산업용 가스와 수소는 공급망과 사업 구조가 유사하다”며 “다른 국가와 비교해 한국 수소 사업환경이 여전히 유망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리퀴드는 현재 롯데그룹과 합작해 국내 수소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는데 추가적인 투자나 M&A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재는 여수에 건설한 1·2기 수소공장을 통해 모빌리티?산업?전력의 3축 전략을 세우고 있다. 박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버스·트럭 등 상용차용 수소를, 중장기적으로는 정유·화학단지의 산업용 수소와 암모니아 혼소·연료전지 발전 등 저탄소 전력 수소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국은 수소 정책의 일관성과 속도 면에서 아시아 주요국 중 가장 진전된 시장"이라며 "정책 인센티브와 산업 인프라가 맞물리면 세계적 청정에너지 허브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