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화 약세가 장기화하면서 일본 부동산 시장이 다시 글로벌 투자자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은 원래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제한이 거의 없는 개방적 시장으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갖춘 투자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투자자들에게 일본 부동산은 환율 메리트와 낮은 금리, 꾸준한 임대 수요로 인해 매력적인 자산군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투자를 앞두고 반드시 결정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개인 명의로 취득할지, 아니면 합동회사(Godo Kaisha, GK)나 주식회사(Kabushiki Kaisha, KK) 형태의 법인을 설립해 투자할지입니다. 이 선택은 세금, 대출, 운영 유연성 등 투자 수익률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판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여년의 중소형 빌딩 자산관리 및 해외 부동산 투자 자문 분야 경험에 비추어 일본 부동산에서의 명의 선택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수익 구조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입니다. 개인 명의의 장점은 단순성과 편의성입니다. 별도의 설립 절차가 없고 초기 비용이 적어 소규모 임대나 장기 보유형 투자에 유리합니다. 그러나 세금 구조를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비거주자의 임대소득에는 초과누진세(5~45%)와 원천징수세 20.42%가 부과되며, 부동산을 5년 이내 매각할 경우 약 39.63%의 단기 양도세가 적용됩니다. 상속세(최대 55%)와 증여세도 직접 과세돼 장기적으로 세 부담이 큽니다. 결국 단순성과 편의성이라는 장점 뒤에는 높은 세금 장벽이 존재합니다.
일본의 GK는 2006년 회사법 개정으로 도입된 새로운 법인 형태로, 미국의 유한책임회사(LLC, Limited Liability Company)를 모델로 합니다. 모든 출자자는 유한책임을 지며, 직접 경영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KK와 달리 주주총회나 이사회가 필요 없고, 이익 배당 비율을 정관으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습니다. 설립비용은 15만~20만 엔으로 KK의 절반 수준이며, 법인세율도 15~23%로 개인 최고세율보다 낮습니다. 감가상각비, 회계 및 자문비, 출장비 등 다양한 비용을 경비로 처리할 수 있고, 부동산 대신 지분을 상속할 수 있어 절세 효과도 큽니다. 이러한 단순성과 유연성 덕분에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선호도가 높으며, 일본에서 새로 설립되는 법인의 약 20%가 GK 형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반면 KK는 일본의 가장 전통적이고 신뢰도가 높은 법인 구조로, 한국의 주식회사와 유사합니다. 주주는 출자금액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지며, 이사회와 대표이사가 회사를 운영합니다. 법인 운영 절차가 비교적 엄격하고 회계 공시 의무도 있지만, 이러한 구조 덕분에 금융기관과 외부 투자자에게 높은 신뢰를 얻습니다. 자본 조달을 위해 주식을 발행할 수 있고, 향후 기업공개(IPO)도 가능해 대규모 부동산 개발이나 공동투자 프로젝트에 적합합니다. 따라서 안정적 신용과 외부 자금 조달이 중요한 투자자라면 KK가 전략적으로 유리합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일본 부동산 취득 시 몇 가지 의무를 유념해야 합니다. 2021년 제정된 ‘중요시설 주변 등의 토지 이용 규제법’은 자위대 기지, 원자력발전소, 국경 도서지역 등 안보 관련 지역에서 외국인의 토지 취득을 제한합니다. 또한 비거주자는 부동산 취득 후 20일 이내에 일본은행을 거쳐 재무대신에게 신고해야 하며, 매각 또는 임대 시 매수자나 임차인이 매매대금의 10.21% 또는 임대료의 20.42%를 원천징수해야 합니다. 이러한 제도는 현금흐름과 세후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사전에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결국 일본 부동산 투자에서 최적의 구조는 투자자의 목적과 규모, 그리고 장기 계획에 따라 달라집니다.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노린다면 개인 명의의 단순성이 효율적일 수 있고, 절세와 자산 승계를 중시한다면 GK 설립이 합리적입니다. 반면 대규모 투자나 금융기관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이 핵심이라면 KK가 현실적인 선택이 됩니다.
투자는 세금을 피하는 게임이 아니라, 세금 구조와 자산 보호, 유동화를 종합적으로 설계하는 과정입니다. 엔저 시대의 일본 부동산 시장은 글로벌 자산 이동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성공적인 일본 부동산 투자는 결국 올바른 명의 선택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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