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전 11시 일본 퍼시피코 요코하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이오재팬 2025’ 행사장. 오사카대병원 미래의료센터(MTR) 부스는 축제 분위기였다. 사카구치 시몬 오사카대 석좌교수가 조절 T세포 연구 성과로 지난 6일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개막 직전 전해진 소식에 오사카대 측은 부스를 사카구치 교수의 연구 결과물로 채우는 등 그의 수상을 축하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케다 니코 오사카대 MTR 특임준교수는 “이번 수상은 오랜 시간 묵묵히 연구를 이어온 결과”라고 강조했다.
◇日 부스 노벨상에 축제 분위기
올해 사카구치 교수와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교수가 노벨생리의학상, 화학상을 잇달아 받자 바이오재팬 참석자들도 고무된 분위기였다. 교토대 산하 미래의료혁신센터(AIM JAPAN) 부스에서 만난 스즈키 시노부 교토대 교수는 “과학자로서 매우 자랑스럽다”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오사카대 약학부를 졸업하고 사카구치 교수와 공동연구 등을 논의했다는 스즈키 교수는 사카구치 교수에 대해 “그는 실패할지언정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연구가 틀렸다는 비판을 수없이 받았지만 끝내 굴하지 않았다”며 “그 믿음과 끈기가 결국 세계적 발견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사카구치 교수가 조절 T세포 연구 성과를 국제 의학계에 처음 공개한 것은 1995년이다. 그가 처음 발표할 때만 해도 이 연구는 세계 의학계에서 논쟁거리였다. 당시엔 면역 T세포는 몸속에 침입한 세균과 바이러스 등을 공격하는 기능만 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카구치 교수의 연구 결과물을 통해 T세포가 공격은 물론 정상 세포를 공격하지 않도록 ‘방어’도 할 수 있다는 게 입증됐다.
스즈키 교수는 사카구치 교수를 제자 육성에도 헌신한 과학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사카구치 교수는 젊은 연구자를 길러내는 데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고 말했다.
◇“노벨상 성과 잇자” 실용 연구 발표
현장에서 만난 의학자들은 일본이 ’노벨상 강국’으로 자리 잡은 비결로 ‘기초과학을 중시하는 연구문화’를 꼽았다. 기초과학 연구비가 끊겨선 안 된다는 학계 목소리가 커지자 일본 정부는 4년 전 정부·지방자치단체·산업계·금융권이 참여하는 연구 지원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른바 돈 안 되는 연구도 ‘연속성’을 이어가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바이오산업 육성은 더디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이지만 최근엔 이런 성과를 산학 협력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 다른 연구진은 “사카구치 교수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사회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벤처회사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사카구치 교수는 바이오기업 레그셀바이오를 창업해 후속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연구진도 노벨상 수상의 업적을 잇기 위해 “기초과학을 임상과 산업으로 연결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日 ‘정밀’ vs 韓·中 ‘속도’
일본 의약품 제조 기업도 아시아 최대 제약·바이오 전시회로 자리 잡은 바이오재팬에 대거 참석했다. 일본 기업들이 내세운 무기는 ‘정밀 공정’이다. 1925년 창립돼 올해로 100년을 맞은 주가이제약은 부스 입구에 ‘100년 기념’ 조형물을 세우고 항체 재활용 기술 등을 앞세운 차세대 생산 플랫폼을 소개했다.중국의 바이오 굴기는 이번 행사에서도 확인됐다. 중국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대규모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은 대형 부스를 차리는 등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했다. 이들이 내세운 것은 ‘속도’다. 현장에 참석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행사에 참가한 중국 기업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CDMO 시장에서 한·중·일 등 3국의 경쟁 구도가 더 치열해지는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고 했다.
요코하마=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