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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를 말하지 않는 정당은 선택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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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를 말하지 않는 정당은 선택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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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ESG] 파워 포커스
    인터뷰 - 영국 마크 가니어 하원의원·테레즈 커피 상원의원





    “정치인은 유권자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선출됩니다. 기후를 말하지 않는 정당은 선택받기 어렵습니다.”

    마크 가니어 영국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이 지난 10월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한경ESG〉와의 인터뷰에서 말머리에 꺼낸 말이다. 그는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시절(2005~2010년)을 회상하며 “그때 기후변화는 영국 정치의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였습니다”라고 말했다.


    “캐머런은 보수당을 ‘가장 친환경적인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죠. 그는 북극권까지 날아가 기후변화 현장을 직접 보여줬고, 당은 그를 중심으로 모였습니다. 유권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의제를 정치가 외면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면서 그는 예전에 비해 최근 정치 지형이 빠르게 보수화되고 있음을 우려했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영국은 물론 각국 정치가 우경화되고, 미국에서는 트럼프 당선 이후 ESG(환경·사회·지배구조)나 기후변화 의제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도 핵심은 이것입니다. 화석연료는 유한합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관점이 어떻든, 우리는 새로운 에너지 생산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보조금보다 ‘시장’… 영국의 해상풍력 성공 방정식

    영국은 전 세계에서 기후 리더십의 상징으로 통한다. 석탄발전을 빠르게 퇴출하고, 유럽 최대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지금도 온쇼어(육상)풍력은 경관 훼손을 이유로 주민 반대가 심합니다. 태양광도 마찬가지죠. 게다가 전기를 발전소에서 도시로 보내려면 전력망을 40% 확충해야 합니다. 많은 풍력발전기를 오프쇼어(해상)에 짓는 이유입니다.”

    가니어 의원은 영국이 선택한 해법을 ‘시장 메커니즘 설계’라고 표현했다. 시장 기반 경제를 갖춘 국가라면 ESG 추진을 가능케 하는 올바른 재무적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몇 해 전 주택에 태양광발전차액지원제도(Feed-in Tariff)를 도입했습니다. 태양광을 설치하고 남은 전기를 전력망에 판매하면 수익을 얻는 구조죠. 해상풍력은 차액정산계약(CfD)을 통해 정부가 일정 용량 목표를 제시하고 입찰을 통해 25년간 고정가격을 보장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인프라 투자가 활성화됐습니다.”

    그는 “태양광발전차액지원제도는 너무 성공적이라 전기 지급 단가를 낮춰야 할 정도였어요”라고 회상했다. “초기에 장비가 비싸 투자 회수 기간이 길었지만, 이 제도로 투자 회수 시점이 앞당겨졌어요. 시장이 스스로 동력을 갖게 된 거죠.”

    하지만 가니어 의원은 아직도 달성하기엔 먼 에너지 전환의 현실적 수치를 내놓았다. “겨울철 영국의 전력소비는 약 45GW입니다. 이를 재생에너지로 안정적으로 대체하려면 250GW 규모의 설비가 필요합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보조금은 납세자의 돈… 기후금융 힘을 활용해야”

    대화는 자연스럽게 산업 전환과 기후금융으로 이어졌다.

    “보조금은 납세자의 돈입니다. 영국의 전기요금이 비싼 이유 중 하나도 그린 레비(green levy), 즉 환경부담금 때문이죠. 정부가 가진 돈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이니, 지원 정책은 더 정교하고 지속가능해야 합니다.”

    젊은 시절 투자은행에서 일하고 재무부 내각에 관여했던 가니어 의원의 말에서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묻어났다. “지금은 투자자들이 ESG를 준수하는 기업에만 투자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친환경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은 낮고, 화석연료 기업의 금융비용은 더 높아졌습니다. 이미 시장이 기후 전환을 재촉하고 있는 거죠.”

    그는 잠시 고개를 저으며 “사실 탄소시장(ETS)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솔직히 탄소배출권거래제는 ‘돈을 내고 오염할 권리를 사는 제도’로 보이기도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배출을 줄여야죠. 거래보다는 혁신이 필요합니다.”

    그는 또 다른 아픈 부분도 짚었다. “영국의 탄소감축이 빠른 이유 중 하나는 이른바 ‘더러운 산업’을 중국·베트남 등 해외로 수출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각국이 생산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그는 산업 전반에서 녹색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로운 전환, 그리고 ‘가정의 에너지 혁신’

    함께 자리한 테레즈 커피 보수당 상원의원은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문제를 짚었다. 커피 의원은 영국의 환경농촌식품부 장관과 노동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영국은 현재 전력 가격 체계 손질을 고민하고 있다.

    “2년 전부터 도매 전력 가격 체계 개편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가스 가격과 연동을 끊고, 송전비용을 안정화하면 국내 에너지 믹스(원전·재생 비중)를 더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커피 의원은 에너지 효율화를 정책이 아닌 ‘생활의 혁신’이라고 표현했다. 커피 의원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단열이나 이중창 설치 같은 실용적인 지원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오래된 주택은 개보수(리트로핏) 과정이 어렵지만, 이런 일상 속 전환이 바로 정의로운 전환의 시작입니다.”

    커피 의원은 이어 기후 논의와 관련해 영국의 역사를 꺼냈다. 기후 논의의 뿌리는 사실 40년 전 마거릿 대처 총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다. “대처는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설득해 오존층 파괴를 막는 비엔나협약에 참여시켰고, 그 흐름이 몬트리올의정서와 유엔기후협약(UNFCCC), 리우 정상회의로 이어졌습니다.” 그녀는 영국이 녹색 흐름을 주도해왔다고 믿고 있었다.

    그녀는 “영국은 다른 산업국보다 탄소감축에 앞서 있지만, 지금은 더 어려운 전환 단계입니다”라며 “이제는 토지 이용과 농업 정책을 함께 조율하는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목표는 유지하되, 경로는 논쟁하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후 정책의 연속성이 흔들리는 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니어 의원은 “영국의 입법 원칙상, 어느 정부도 다음 정부를 법으로 묶어둘 수 없습니다”라며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뀔 수 있고, 그게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이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커피 의원은 “기후 목표의 총량은 법으로 보장돼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목표는 같지만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노동당 정부는 다소 공격적이지만 합의된 목표로 가는 경로를 놓고 경쟁하는 것은 건강한 민주주의의 토론 과정입니다.”

    커피 의원은 전 세계적 차원에서 탄소감축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사실 더 큰 도전은 인도와 중국”이라며 “두 나라가 감축에 진지하게 나서지 않으면, 한국이나 영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글로벌 전환은 어렵습니다”라고 우려했다.

    인터뷰 말미에 가니어 의원은 영국이 보다 큰 혁신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가니어 의원은 “영국은 우주 태양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주 태양광은 적도 상공의 궤도에서 태양광을 모아 지상으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2035년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 중국, 미국, 캐나다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겼다. “기후변화 대응은 누가 오래 버티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누가 먼저 새로운 에너지 체계를 설계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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