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공개된 넷플릭스 화제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신드롬이 이어지며 추석연휴에도 경복궁·낙산공원·남산타워 등 영화 속 배경지마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한복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이 전례 없이 커졌다. 케데헌 극 중 남성 아이돌 그룹 ‘사자보이즈’가 갓을 쓰고 등장한 장면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복 대여점도 '갓' 잘 나간다
과거에는 화려한 여성용 자수 한복과 댕기나 남성의 경우 곤룡포를 대여하는 것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남성 한복인 갓과 검은 도포 등이 인기몰이하고 있다. 여성 한복도 치마와 저고리를 넘어 노리개 등 액세서리에 대한 수요까지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서울 종로 경복궁역 인근 한복·갓 대여 상점의 인기 상품도 달라졌다. 연휴에도 가게에는 검은 도포와 갓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최근 경복궁역 인근의 한 한복 대여점에서 만난 상인 한모씨는 "케데헌 덕분에 여성 한복보다 남성 한복을 찾는 손님이 확연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없어서 못 파는 '뮷즈'

관광·체험 업계도 낙수효과를 보고 있다. 여행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지난 7월 외국인 관광객의 한복 체험과 대중목욕탕 이용 거래액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0%, 84% 증가했다. 극 중 배경이 됐던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서울한방진흥센터도 방문객이 올 1월 451명에서 7월 1856명으로 4배 늘었다.
박물관도 케데헌 열풍의 특수를 누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이 폭증하는 가운데 ‘까치호랑이 배지’, ‘단청 키보드’ 등 한국 전통문화를 살린 뮤지엄 굿즈(뮷즈)는 연일 완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까치호랑이 배지는 지난 7월 한 달간 3만8000여개가 팔려 5억5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상반기 전체 판매량의 80배에 달하는 수치다.

까치호랑이 배지의 경우 현재는 온라인 예약 판매까지 품절돼 내년 1월까지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관광업계에서는 수요 폭증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인 매뉴얼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인기 상품은 공급난에 중고거래 시장에서 웃돈까지 붙어 거래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K-컬처 굿즈 산업에서 영세 업체 중심의 유통 구조에 개선이 필요하다"며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