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새벽 행당역에서 전주까지 동행하실 분 찾습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기차나 버스표를 구하지 못한 청년층이 귀성길 카풀(승차 공유)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당근이나 네이버 카페 등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구미까지 카니발 빌려 함께 갈 분 구해요”, “유류비는 제가 낼 테니 3일 ○○역까지 함께 운전해 가실 분”등 카풀할 이웃을 모집하는 글이 속속 보인다.
낯선 사람과 함께 차를 타는 일이 흔치 않지만, 기차표 예매 대란과 1인 가구 귀성 수요가 겹쳐 카풀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3일 차량 공유 업체 쏘카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 사전 예약 건수는 평소 대비 600% 넘게 늘었고, 이 기간 예약자의 절반 이상인 56%가 2030이었다. 임시공휴일로 최장 9일까지 휴식이 보장됐던 올해 설 연휴와 비교해도 예약 건수가 242%나 증가했다.
귀성객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낯선 이들과의 동행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번 연휴 서울에서 포항으로 내려가는 김모씨(32)는 “예매 첫날 새벽부터 접속했는데 대기번호가 80만번대였다”며 “결국 같은 동네에서 출발하는 직장 동료와 카풀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9인승 승합차에 6명 이상을 태우면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어 시간이 절약된다는 점도 이번 명절 카풀이 활성화된 배경이다. 쏘카 관계자는 “장거리 이동 시 유류비 부담이 적은 전기차 예약도 평소 대비 265% 증가했고, 특히 대형 전기차나 카니발 등 다인승 차량 예약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기차표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차량 대여를 이용한 카풀 등으로 몰렸다”고 진단했다.앞서 지난달 17일 추석 귀성표 예매 첫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예매 시스템은 서버 장애로 한동안 마비됐다. 접속만 1시간 넘게 지연됐으며 대기자가 100만명에 달했다. 이에 일부 이용자들은 예매를 아예 포기하기도 했다.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철도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추석 예매 첫날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185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18만명, 2022년 83만명, 2023년 62만명, 2024년 50만명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2021년과 견주면 10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코레일은 웹 서버 증설, 통신 대역폭 확대 등 전산 안정화 대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다고 설명했으나 접속 폭증에 따른 장애가 매해 반복되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보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국민의 명절 이동을 위한 승차권 예매는 해마다 수요가 늘고 있어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전산시스템의 불안정은 반복되고 있다”며 “코레일은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