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5년간 13조5000억원어치의 지폐와 동전을 폐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훼손됐거나 오염돼 사용할 수 없는 화폐가 매년 4억장 넘게 회수되고 있다.3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총 19억6400만장의 화폐를 폐기했다. 액면가로 따지면 13조5636억원 규모다. 이 중 지폐는 16억천700만장, 13조525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주화는 3억700만장, 386억원이었다.
연도별로는 2021년 4억300만장, 2022년 4억1300만장, 2023년 4억8400만장, 2024년 4억7500만장 등 매년 4억장이 넘었다. 올들어 6월까지는 1억8900만장이 폐기됐다. 화폐 사용이 점차 줄면서 지난해 폐기 수량이 감소했지만, 주화 폐기가 1억200만장으로 2023년(5700만장)보다 배 가까이 증가한 점이 눈에 띄었다.
지난 4년 6개월 동안 폐기한 화폐를 전부 옆으로 나란히 늘어놓으면 총길이가 24만4737km로, 경부고속도로(415km)를 295회 왕복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이를 위로 쌓으면 총 높이가 67만9292m로, 에베레스트산(8849m)의 77배, 롯데월드타워(555m)의 1224배에 달한다.
폐기 주화는 비철금속 생산 전문 업체 등에 판매해 수익을 얻지만, 폐기 지폐는 소각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처리한다. 한은은 지난 4년 6개월 동안 폐기 지폐를 소각하는 데 4억2000만원을 지출했다. 한은은 같은 기간 폐기 주화를 매각해 총 199억1000만원을 벌어들였다.
박성훈 의원은 "현금 결제가 줄어드는 데도 매년 수억장의 지폐와 동전이 폐기되는 것은 심각한 낭비"라며 "손상 화폐 교환이나 폐기로 인한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한은이 대국민 홍보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화재 등으로 화폐가 손상됐을 경우 한은은 사용 가능한 화폐로 교환해준다. 단 은행권의 경우 남아있는 면적이 4분의 3 이상이면 액면금액의 전액을, 5분의 2~4분의 3 사이이면 반액으로 교환해준다. 5분의 2 미만이면 교환해주지 않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