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0% 재생에너지로 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RE100 산업단지’ 구축을 위해 법적 근거도 없이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경제 공약 중 하나인 RE100 산단을 서둘러 조성하느라 필요 절차는 물론 효과성 검증도 생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RE100 산단 구축 지원 사업에 예산 261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예산 편성을 위한 법적 근거와 구체적인 추진 계획은 없었다. 국가재정법상 특정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산업부는 ‘예산 편성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구 의원의 서면 질의에 “추후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RE100 산단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식과 입법계획 등을 묻는 질의에도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관계부처 협의도 마무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업단지 지원·운영 방식은 물론 위치조차 정하지 않았다. 관련 법의 명칭도 미정이다. 정부와 여당이 ‘재생에너지 확대’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 타당성 등을 따지는 절차를 생략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관련 법조차 마련하지 않고 정부·여당은 RE100 산단에 입주할 기업 유치 작업에 나섰다. 상당수 기업은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100% 재생에너지 산단 조성 정책에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 정부가 내세우는 핵심 정책인 만큼 입주를 강하게 요청하지만 5~10년 뒤 골칫거리 공장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논란도 여전히 남아 있다. 산단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데 재생에너지로만 공급하는 게 가능하냐는 것이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효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지는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기존 노후 산단에 재생에너지를 일부 도입하는 게 실질적인 탄소중립에 더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가산단 35곳 중 24곳(87%)이 착공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모두 에너지 인프라가 낡아 문제가 되고 있다.
구 의원은 “재생에너지 확대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RE100 산단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며 “정권의 ‘치적 쌓기’에 기업들이 동원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성상훈/정상원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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