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심각한 호흡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폐 섬유증의 새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섬유화를 억제하는 특정 유전자(TIF1γ)가 간경변·신장 섬유증에 이어 폐 섬유증에도 치료 효과를 낸다는 것을 입증했다.
서울대병원은 김효수·이은주 의생명연구원 교수팀이 동물모델과 체외배양 환자 폐조직을 분석해 폐 섬유증의 유전자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2일 발표했다.
폐 섬유증은 폐 세포가 딱딱한 섬유조직으로 변화하는 난치성 호흡기 질환이다. 진행될수록 폐 기능이 떨어져 저산소증이 발생하고 심각한 호흡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섬유화된 폐 조직은 회복이 어렵고 섬유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치료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항섬유화 유전자 ‘TIF1γ’를 잠재적 치료제로 주목했다. 이 유전자는 연구팀의 기존 연구를 통해 간·콩팥에서 섬유화 억제 효과가 확인됐다. 실제 폐 섬유증 환자의 폐조직을 분석하자 TIF1γ 발현이 건강한 사람보다 현저히 낮아져 있었다.
연구진은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인 TIF1γ 유전자 치료제를 폐 섬유증 동물 모델에 투여해 세포 변화를 확인했다. 이를 통해 TIF1γ가 폐 섬유증 악화 기전에 관여하는 세포를 복합적으로 조절해 섬유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TIF1γ 치료군의 폐에선 대식세포가 억제돼 염증 사이토카인 분비가 줄었다. 폐 상피세포 변화와 섬유모세포 섬유화 활성화를 촉진하는 TGF-β 신호도 차단됐다. 섬유화 진행을 억제해 폐 기능이 개선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체외 배양한 인간 폐조직(PCLS) 실험에서도 TIF1γ 유전자치료제 효과는 동일하게 나타났다. 단일 유전자 치료만으로 폐 섬유증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어 섬유화 질환에 대한 혁신적인 바이오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 임상 적용이 가능한 고품질 TIF1γ 유전자 치료제를 완성하기 위해 GMP 공정 개발 단계를 수행 중"이며 "개발이 완료되면 안전성 평가 및 임상시험 진입을 모색해 간경변증·콩팥섬유증·폐 섬유증 등 다양한 장기조직의 섬유증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및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중심병원사업(HI14C1277)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