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는 어떻게 사립대 1위가 됐나

1일 공개된 ‘2025 INUE·한경 대학평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연구 혁신을 통해 대중의 뇌리에 각인된 대학 순위를 뒤엎은 사립대의 약진이다. 파격 인센티브로 학계 최고의 교수진을 적극 영입하고, 대학을 연구 거점 삼아 산학협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게 이들 대학의 공통점이다.
종합평가 2위를 기록한 성균관대의 교원 1인당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은 1.09편으로, 이 분야에서 서울대와 KAIST를 제치고 만점을 받았다. 지난해 클래리베이트사가 발표한 세계 상위 1% 연구자(HCR·highly cited researcher)에 뽑힌 연구자만 10명으로 국내 사립대 중 가장 많았다.
성균관대는 ‘국제 논문 수’를 중시하는 평가 방식을 2023년부터 질적 평가로 전환했다. 유지범 총장은 “질적 연구를 하는 교수가 인센티브 지급부터 교수 승진까지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지표를 확 바꿨다”고 했다. 영향력이 큰 논문일수록 인센티브를 훨씬 많이 주고, 우수 인재로 평가되면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올라갈 때 6년을 채우지 않아도 되는 조기 승진 제도도 운용 중이다.
◇연구·병원·기업 협업 생태계 갖춰
성균관대는 우수한 석학이 있으면 본부 차원에서 공격적으로 영입에 나선다. 지난해에는 양자 소재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신현석 에너지과학과 교수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영입해 기초과학연구원(IBS) 이차원양자헤테로구조체연구단 단장직을 맡겼다. 차세대 양자 소재 연구로 반도체 미세공정 혁신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는 신 교수는 세계 상위 1% 연구자 중 한 명이다. 성균관대의 지난해 외부 연구비 수혜총액은 5854억원으로 서울대 다음으로 많았다.대규모 융합연구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도 강점이다. ‘기초연구·병원·기업’ 간 협업 생태계는 학교 경쟁력 제고를 위한 토대가 되고 있다. 유 총장은 “삼성병원은 암 치료 분야 세계 3위고, 성균관대는 의대와 약대는 물론 생명과학 등 기초 연구가 가능하며, 삼성그룹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있다”며 “질병 기초 연구에서 시작해 제약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만들어 보자는 구상 아래 대규모 융합 연구단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학 의학 인문학 등 학제를 뛰어넘는 교수진 1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미국 스탠퍼드대 ‘바이오-X’를 벤치마킹해 양자, 바이오, 반도체 부문에서 융합 연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산학협력으로 돈 버는 대학들

한양대(6위), 경희대(7위), 세종대(8위)도 연구 성과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종합순위 10위권에 들었다. 공대를 모태로 종합대학으로 발전한 한양대는 ‘실용 학풍’을 표방하며 성장해온 산학협력의 전통 강자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2022년 LG화학에 250억원 규모 배터리 소재 기술을 이전해 역대 최대 기술이전 기록을 세웠고, 지난달에는 낮은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한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대항한 미드망간 배터리 양극재 기술을 개발해 네이처에너지에 게재했다. 국내 기업과의 협업도 검토 중이다. 선 교수는 “미국에서 특허를 출원하려면 한국의 10배 이상 비용이 드는데, 학교에서 이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다”고 했다.
경희대는 지난해 기술이전료 수입에서 세종대 다음으로 2위를 기록했다. ‘특허왕’으로 통하는 이 대학 컴퓨터공학부 박광훈 교수의 기여가 컸다. 박 교수는 고효율 동영상 압축 기술로 다수의 국제 영상 표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지방 사립대 중에서는 영남대가 유일하게 연구 성과 부문에서 10위 안에 들었다. 영남대의 교원 1인당 SCI급 논문은 1.05편으로, 성균관대와 KAIST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의대와 수학·컴퓨터과학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제어이론 분야 석학인 박주현 전기공학과 교수 등의 논문이 특히 높은 피인용 횟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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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연/김영리/김유진 기자 ye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