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안에 따르면 최저임금법 위반에 대해 사업주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조항을 개정해 주의 감독을 소홀히 하지 않은 사업주를 면책하는 규정을 신설한다. 정부는 양벌규정 조항을 전수 조사해 법인이나 사업주를 처벌할 필요성이 없을 경우 양벌규정 폐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형벌 수위를 낮추는 대신 금전적 제재는 강화한다. 선주상호보험조합 임원이 법령을 어기고 특정인에게 이익을 부당하게 몰아줬을 때 형벌은 징역 최대 7년에서 3년으로, 벌금은 7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아진다. 대신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두 배까지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경미한 의무 위반 행위의 처벌은 과태료로 전환된다. 자동차 소유자가 시·군·구청장의 승인 없이 트럭 짐칸 같은 적재함 등을 튜닝한 경우 과태료(최대 1000만원)와 원상복구 명령을 받게 된다. 지금은 최대 징역 1년형에 처할 수 있다. 근로계약을 맺으면서 취업 장소와 종사업무 같은 근로조건을 명시하지 않았을 때도 벌금 대신 과태료(최대 500만원)를 물게 된다. 단 서면 교부해야 하는 의무를 어겼을 때는 벌금이 그대로 부과된다.
또 숙박업·미용업·세탁업 등 공중위생영업 변경 신고나 지위승계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공중위생관리법에선 징역 최대 6개월 또는 벌금 최대 500만원에 처한다고 규정하는데, 정부는 형벌을 폐지하고 과태료를 최대 1000만원으로 상향할 방침이다.
형벌 부과 전 행정조치를 우선하는 법 개정도 추진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상품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했을 때 지금은 징역 최대 3년이나 2억원의 벌금형에 처하지만, 앞으로는 시정조치 명령을 먼저 한 다음 이를 따르지 않으면 처벌받는다. 버스업체 같은 운송사업자가 인가 없이 노선 등 사업계획을 바꿨을 때도 벌금 1000만원을 곧바로 부과하지 않고 시정조치 명령을 먼저 부과한다.
일각에선 행정부의 선(先) 시정 조치로 정부의 행정 권한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강기룡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사법당국의 결정이 있기 전에 개선할 기회를 한 번 더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