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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90%가 '박사급 드림팀'…창업 2년 갤봇, 단숨에 로봇 최강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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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90%가 '박사급 드림팀'…창업 2년 갤봇, 단숨에 로봇 최강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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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이 만들고, 로봇이 서빙하는 커피 한잔 하러 가시죠.”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갤봇 직원은 지난 20일 중국 베이징 본사를 찾은 기자를 대뜸 5분 거리에 있는 하이뎬구 아트파크로 이끌었다. 갤봇 직원 쉼터인 이곳엔 종업원이 단 한 명도 없는 ‘로봇 온리 카페’가 들어서 있다. QR코드를 스캔해 카페라테를 주문하자 커피머신이 알아서 커피를 추출하고 스팀우유도 부었다. 서빙은 갤봇 휴머노이드 G1의 몫. 기다란 집게 팔로 카페라테를 건네더니 “이용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 휴머노이드 천국 된 중국
    갤봇은 2023년 5월 설립된 새내기 기업이다. 그런데도 글로벌 넘버원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과 여러 벤처캐피털 등으로부터 3억3500만달러(약 4655억원)를 투자받았다.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업계에선 갤봇이 지난달 열린 ‘로봇올림픽’의 의약품 분류 경기에서 우승한 것을 두고 “개발자 면면을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창업자인 왕허 베이징대 첨단컴퓨팅연구센터 교수는 칭화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사이언스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 때 이미 로봇의 합성 시뮬레이션 기술 경로를 개발했고, 베이징대에서 강의하는 동안 인공지능(AI) 인터랙션 실험실을 세웠다. 이를 토대로 갤봇을 개발했다.

    왕 창업자는 통상 기업과 다르게 갤봇 멤버를 구성했다. 전 직원 300여 명 중 90% 이상을 베이징대, 칭화대 등 중국 명문 공대를 나온 연구개발(R&D) 인력으로 채운 것. 대부분 창업을 했거나 로봇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박사급 엔지니어다. 왕 창업자는 “갤봇 업력은 2년밖에 안 됐지만 상당수 직원의 로봇 연구 경력은 10년이 넘는다”며 “갤봇이 단시일 안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이렇게 태어난 G1을 스타로 만든 건 로봇올림픽이었다. 처방전에 나온 대로 약품을 집어 2㎝짜리 약통에 넣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똑똑한 머리와 정밀하게 힘을 조절할 수 있는 손, 빠른 움직임을 두루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갤봇은 제한시간(20분)보다 훨씬 빠른 4분25초 만에 숙제를 끝냈다. 사람의 개입 없이 100% 자율기술로 낸 성과다.


    중국에서는 갤봇의 성공 방정식을 닮은 ‘라이징 스타’급 스타트업이 한 달에 200여 개씩 태어난다. 미국을 따라잡을 방법은 ‘똑똑한 워커홀릭’밖에 없다는 걸 다들 알기 때문이다. 여건도 갖춰져 있다. 한국과 달리 중국엔 ‘공대 열풍’이 불고 있는 데다 ‘9·9·6’(오전 9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 6일 근무)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서다. 중국 빅테크에서 성과를 내면 수억~수십억원이 보장되고, 창업해서 성공하면 천문학적 보상이 뒤따르는 ‘중국식 시장경제’가 레드테크에 불을 지핀 셈이다.
    ◇ 산업용 로봇 시장도 장악
    중국이 잘하는 건 휴머노이드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공장에 투입돼 24시간 일하는 산업용 로봇의 3분의 1은 중국산이다. 작년에만 55만6000대를 생산해 11년 연속 세계 1위에 올랐다. 산업용 로봇 확산은 안 그래도 세계 최고 수준인 중국의 제조 실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이 하던 일을 산업용 로봇이 대신 하니 생산성이 높아지고 불량률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중국의 산업용 로봇 기술력은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 공업박람회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자카가 개발한 길이 1.8m, 몸무게 60㎏짜리 로봇 팔이 그린 그림을 따져보니 원본과 오차 범위가 사람 머리카락 정도밖에 안 됐다. 딥로보틱스의 4족 보행 로봇은 산비탈이나 늪지대도 쉽게 통과하도록 휠 형태로 개발돼 물류 배송, 설비 점검 등 사람들이 꺼리는 3D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중국이 휴머노이드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도 궁극적으로 핵심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휴머노이드가 자동차 공장에 투입돼 사람이 하는 일을 대신하면 생산성 증가와 불량률 감소로 이어져 중국 자동차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지역마다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를 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방문한 베이징 센터의 화두 역시 ‘현장에서 가장 잘 쓰일 수 있는 로봇’이었다.

    중옌푸화산업연구원은 2028년께 중국이 내놓는 산업용 로봇 가운데 ‘지능’을 갖춘 제품 비율이 6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AI를 활용한 유지보수 예측 시스템으로 산업 장비 고장률은 70%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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