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단체 관광객 대상 '무비자 입국' 허용 첫날인 지난 29일 승객 2000여명이 탄 크루즈가 인천항에 입항했다. 이들은 서울로 이동해 쇼핑에 나섰고, 면세업계는 꽃다발 증정 환영행사부터 선호 브랜드 상품 구성 확대 등 손님맞이로 분주해졌다. 무비자 한시적 허용 기간인 내년 6월까지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100만명 정도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편에선 무비자 입국 시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이날 인천항으로 입항한 크루즈 '드림호'는 앞선 27일 중국 톈진에서 출발한 중국 선사 톈진동방국제크루즈의 7만7000t급 선박으로 승객 2189명과 승무원 563명이 탑승했다. 인천에는 하루 동안 머물다가 돌아간다.
관광객들은 입국 후 버스를 타고 남산과 명동 등 서울 주요 관광지와 시내 면세점을 방문했다. 면세업계는 단체객 맞이로 분주해졌다. 신라면세점은 관광객들에게 꽃다발을 증정하는 환영행사를 열었다. 꽃을 받은 한 관광객은 "한국을 처음 방문했고 내년 6월 전에 또 올 생각"이라면서 "경복궁과 남산공원, 인천 차이나타운에 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신라면세점은 사은품 증정과 함께 화장품 브랜드를 최대 60% 할인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롯데면세점은 명동본점을 중심으로 중국 관광객 선호 브랜드의 상품 구성을 확대했다. 관광객 쇼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중국 관광객들이 주로 사용하는 모바일 간편결제 프로모션을 강화했다. 다음달에도 1만여 명 규모의 중국 단체 관광객이 서울, 부산, 제주 롯데면세점을 방문할 예정으로 면세점 쇼핑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지노를 운영하는 복합리조트도 이번 무비자 시행에 따른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인스파이어는 중국에서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메신저 앱 '위챗'을 기반으로 리조트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위챗 미니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인스파이어는 "중국 고객들의 디지털 플랫폼 사용 성향과 편의성을 고려해 해당 프로그램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중국인 고객의 입맛에 맞춘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등 식음료(F&B)를 강화했다. 또한 중국인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한 통역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세븐럭 카지노 영업장에 중국어 안내 문구를 추가했다.
기존에도 무비자 입국이 가능했던 제주도 역시 들썩이고 있다. 무비자 입국이 확대되면서 중국 관광객의 방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면서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전국 비자 면제 조치는 중국인들의 한국 방문 자체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전체 방한 관광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효과를 가져와 제주도 관광객의 절대 수를 늘리게 된다"면서 "서울과 제주를 한 번에 방문하기 어려웠던 단체 관광객들은 저렴한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 두 지역을 모두 방문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무비자 입국 절차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으나 현재까지 시스템이 정상 운영되면서 입국이 무리 없이 이뤄지고 있다. 법무부는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관리하는 시스템과는 별도 운영되므로 화재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해당 시스템은 법무부 소속기관에서 별도로 관리·운영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법무부가 출입국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며 무비자 입국 정책을 강행한다고 밝혔지만, 뒤로는 전자입국 시스템 오류로 입국자의 주소를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긴급공지를 올렸다"며 "지금과 같이 주소 입력이 누락되면 실제로 무비자 입국자가 입국 후 어디에서 생활하는지 알 수 없어 사후 관리와 현장 통제가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법무부는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실질적 신원확인·정보관리·사후대책을 완비하기 전까지 무비자 입국 정책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법무부는 "단체관광객 명단을 사전에 점검해 입국규제자, 과거 불법체류 전력자 등 고위험군 해당 여부를 확인해 무사증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중국 단체관광객 무사증 제도가 안전하고 원활히 시행되도록 입국자 사전 점검 등 관리 강화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대상 한시적 무비자 입국 허용은 이날부터 내년 6월30일까지 국내·외 전담여행사가 모객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비자 없이 15일 범위에서 국내 관광을 할 수 있다. 제주도는 기존과 동일하게 개별·단체 관광객 모두 30일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